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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 급락..`리먼-메릴 후폭풍`

전설리 기자I 2008.09.16 01:52:55

월가 지각변동..리먼-메릴린치 `역사속으로`
금융株 동반 침몰..AIG `폭락`
금융시장 `요동`..유가 5弗이상↓-달러도 급락

[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15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급락세를 타고 있다.
 
14개월간 지속된 신용위기가 리먼 브러더스와 메릴린치를 집어삼키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됐다. 앞서 개장한 아시아와 유럽 증시도 급락하는 등 전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사활을 건 매각이 불발에 그친 리먼은 끝내 파산을 신청했다. `제2의 리먼`으로 지목돼 온 메릴린치는 `리먼 후폭풍`이 무서워 500억달러에 뱅크오브아메리카(BoA)로 회사를 전격적으로 넘겼다.
 
그러나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불안감이 지속되고 있다. 다음 희생양으로 지목되고 있는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이 폭락하는 등 금융주가 동반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오전 11시44분 현재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1142.27로 전일대비 279.52포인트(2.45%) 추락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26.19로 35.08포인트(1.55%) 떨어졌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222.37로 29.33포인트(2.34%) 밀려났다.
 
지난주말 배럴당 100달러선을 뚫고 내려선 국제 유가는 5달러 이상 추가 급락, 7개월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월가의 대혼란이 글로벌 경제를 둔화시켜 원유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배경이 됐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거래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10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4.45달러(4.4%) 하락한 96.73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도 급락세다. 특히 엔에 대해 지난해 8월 이래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월가의 대혼란으로 캐리 트레이트 청산 관측이 부각된 결과다. 달러-엔 환율은 105.8엔으로 전일대비 2.14엔(1.9826%) 떨어졌다.
 
◇`Who's Next?`..AIG `폭락`

다음 희생양으로 거론되고 있는 AIG가 52% 폭락세다.
 
AIG는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야말로 동분서주하고 있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 400억달러 규모의 대출을 요청한 AIG는 일단 뉴욕주로부터 200억달러의 자회사 자산 활용을 허가받았다.
 
데이비드 패터슨 뉴욕 주지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조치가 정부의 구제금융(bailout)은 아니지만 AIG가 브리지론을 받을 수 있고, 지불 능력을 유지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AIG는 연준에 1년간 담보없이 빌리는 `브리지론` 방식의 400억달러 대출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AIG가 `오마하의 현인` 워렌 버핏과도 투자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고 보도했다.
 
한편 AIG는 이날 자산 매각을 포함해 자구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이번 자구책에는 세계 최대 항공 관련 리스 자회사인 인터내셔날 리스 파이낸셜의 매각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최대 저축대부조합인 워싱턴 뮤추얼(WM)은 16.8% 급락세다.

앞서 워싱턴 뮤추얼은 JP모간체이스와 인수 협상을 진행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CNBC는 JP모간체이스가 이를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신용위기 허리케인 속에서 월가 5대 투자은행 가운데 살아남은 2개 은행 골드만삭스(GS)와 모간스탠리(MS)도 각각 7.7%, 9.3% 하락세다. 이들은 이번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다.
 
◇메릴 `급등`-BoA `급락`

메릴린치(MER)는 16% 급등했다. 반면 BoA(BAC)는 16.6% 급락세다.

BoA는 메릴린치를 50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주당 인수가격은 29달러. 이는 지난주말 메릴린치의 마감가인 17.05달러에 70%의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이다. 그러나 지난 2007년초 기록한 최고가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의 가격이다.

리먼이 생사의 갈림길에 서자 다급해진 메릴린치는 48시간만에 초고속으로 회사를 팔아치웠다.
 
이로써 BoA는 신용카드, 오토론 등 소매금융 부문부터 주식·채권 발행, 인수합병(M&A) 자문 등 투자은행(IB), 자산 운용을 아우르는 초대형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나게 됐다.
 
켄 르위스 BoA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메릴린치 인수는 평생 한번 올까 말까 한 전략적 기회"라며 "메릴린치의 이름과 브로커리지(증권 중계) 조직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존 테인 메릴린치 CEO도 "메릴린치는 막강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고, 두 회사의 결합은 세계 금융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제 신용평가사인 스탠더드 앤 푸어스(S&P)는 이날 BoA의 장기 신용등급을 종전의 `AA`에서 `AA-`로 한단계 하향 조정했다.

S&P는 "이번 조치는 현재의 혼란스러운 금융 환경 아래에서 메릴린치를 인수한 위험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美 연준-월가, 리먼 후폭풍 방어 `총력`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과 월가는 리먼 후폭풍을 차단하기 위해 공조에 나섰다.

연준은 금융시장의 대혼란을 차단하기 위해 월가의 대출 프로그램의 담보 대상을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우선 `베어스턴스 사태` 이후 도입한 `프라이머리 딜러대출(PDCF)`의 담보를 종전의 투자등급 채권에서 주식으로 확대했다. 또 `기간부 국채임대대출(TSLF)`의 담보를 모든 투자등급 채권으로 늘리기로 했다. 종전에는 최고 등급인 `AAA` 채권만 담보로 인정됐다. TSLF 대출 규모도 175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로 확대됐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이날 긴급 성명을 통해 "이번 조치는 민간 금융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시장의 잠재적 위험을 줄이는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가의 10개 은행들도 컨소시엄을 이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700억달러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번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10개 은행은 JP모간체이스, BoA, 메릴린치, 바클레이즈, 씨티그룹, 크레디트 스위스그룹, 도이체방크, 골드만삭스, 모간스탠리, UBS 등이다.

이들 은행은 각각 70억달러의 자금을 펀드에 투입, 리먼의 파산으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지는 것을 막는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자금은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금융권에 긴급 유동성을 지원하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8월 산업생산 `3년 최대폭 감소`-뉴욕 제조업 경기 `예상밖 위축`

미국의 8월 산업생산은 3년전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을 강타한 이래 최대폭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8월 산업생산이 전월대비 1.1%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3%보다도 큰 감소폭이다.

산업생산은 제조업, 광물, 유틸리티 생산을 합친 개념으로 경기후퇴(recession) 진입 여부를 가늠하는 4대 경제지표 가운데 하나다.

하이 프리퀀시 이코노믹스의 이안 셰퍼드슨 미국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경기가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후퇴 국면"이라고 진단했다.
 
뉴욕 지역의 9월 제조업 경기도 월가 예상을 뒤엎고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9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전월의 2.8에서 -7.4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6월 이래 최저치로 예상 밖 위축세다. 블룸버그 통신이 집계한 월가 전망치는 1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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