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전설리특파원] 17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롤러코스터 장세를 연출한 끝에 혼조세로 마쳤다.
베어스턴스발 충격으로 200포인트 가까이 하락한 지점에서 출발한 다우 지수는 장중 낙폭을 줄여 잠시 반등을 시도하다가 다시 급락하는 등 M곡선을 그리며 변동성이 심한 움직임을 연출했다.
월가 5위 투자은행이었던 베어스턴스의 몰락으로 최고조에 달한 신용 우려가 투자 심리를 압박했으나 루머로 떠돌던 베어스턴스 사태가 일단락 됐다는 안도감과 급락에 따른 바닥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일련의 긴급 조치와 공격적인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수를 떠받쳤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오전과 오후 잇달아 긴급 경제대책 회의를 열고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적극적인 의지를 표명한 것도 투자 심리를 지지했다.
한편 이날 발표된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월가 예상치를 하회하며 사상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산업생산도 기대치를 밑돌아 경기후퇴(recession) 우려를 더했다. 그러나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BH) 주택시장 지수는 월가 전망에 부합했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1972.25로 전일대비 21.16포인트(0.18%) 상승했다. 베어스턴스를 사들인 JP모간 체이스가 강세를 나타내며 다우 지수 반등을 주도했다.
반면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35.48포인트(1.60%) 하락한 2177.01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 지수는 1276.60으로 11.54포인트(0.90%) 밀렸다.
국제 유가는 사상 최고가를 경신한 뒤 17년래 최대폭으로 떨어졌다.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4.53달러(4.1%) 하락한 105.68달러에 마쳤다. 이날 유가는 한때 111.80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달러는 또 유로대비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고, 엔에 대해서도 12년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금값은 온스당 1033.90달러까지 치솟아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베어스턴스 `폭락`-JP모간 `급등`
베어스턴스(BSC)가 84% 폭락했다. 반면 JP모간 체이스(JPM)는 10.3% 급등했다.
장중 한때 40% 이상 떨어졌던 리먼 브러더스(LEH)는 19.1%로 낙폭을 줄였다.
월가가 베어스턴스 다음 타자로 리먼 브러더스를 주목하자 이날 리처드 풀드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해명에 나섰다.
풀드 CEO는 "연준의 일련의 조치로 유동성 상황이 나아졌다"며 "금융권에서 유동성 이슈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리먼 브러더스의 신용등급을 `A1`으로 유지했지만 등급 전망은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리먼이 혼란스러운 금융 시장에서 꽤 잘 운영해왔지만 자산 가치가 하락하고 글로벌 유동성이 줄어들고 있어 등급 전망을 낮추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메릴린치(MER)와 골드만삭스(GS)도 각각 5.4%, 3.7% 떨어지는 등 투자은행주들이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부시 "美경제 도전의 시기..필요하면 행동"
부시 대통령은 이날 "필요하면 행동에 나설 것"이라며 당면 경제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다.
부시 대통령은 오전과 오후에 걸쳐 긴급 경제대책 회의를 열고 "미국 경제가 도전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지만 신용 위기 해결을 최우선 과제로 두고 강력하고 단호한 조치를 취해온 것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정부는 모든 금융 시장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시장의 붕괴 방지와 정상화를 위해 필요하면 단호하게 행동할 준비가 돼 있다"고 역설했다.
부시 대통령은 연준이 전날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재할인율을 25bp 전격 인하하는 한편 JP모간 체이스의 베어스턴스 인수 등 긴급 조치를 취한데 대해 "적극 지지한다"고 밝혔다. 또 "미국이 모든 상황을 파악하고 있다는 것이 세계에 보내고자 하는 메시지"라며 "연준은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신속히 움직였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아울러 "미국의 금융 기관은 강건하며 자본 시장은 효율적으로 기능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필요할 경우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단호한 방식으로 행동할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연준, 100bp 인하 가능성 100%
한편 월가는 내일(18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이 100bp의 공격적인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연방기금 금리선물은 기준금리가 현행 3%에서 2%로 100bp 인하될 가능성을 100%로 반영하고 있다. 1.75%로 125bp 인하될 가능성도 40%에 이른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75bp 인하 전망이 우세했고, 100bp 인하 전망은 50%대에 머물렀으나 베어스턴스 매각이 발표된 이후 전망은 더욱 공격적으로 나아갔다.
100bp는 지난 1980년대초 이후 찾아볼 수 없었던 인하폭이다.
◇3월 뉴욕 제조업 경기 `사상 최악`
뉴욕 지역의 3월 제조업 경기는 사상 최악의 수준으로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3월 엠파이어 스테이트 제조업 지수가 전월의 -11.7에서 -22.2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는 사상 최저 수준으로 월가 전망치인 -5.0도 하회하는 수치다.
◇3월 주택건설업체 체감경기 `전월과 동일`
미국 주택 건설업체들의 체감경기는 전월과 동일한 수준에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전미주택건설업협회(NAHB)는 3월 주택건설업 경기신뢰지수가 20으로 전월과 동일하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에 부합하는 수준이다.
이 지수는 지난 해 12월 1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1월 19로 11개월만에 처음으로 상승세로 돌아섰다.
그러나 이는 주택 건설업체 가운데 20%만 향후 주택건설경기를 낙관하고 있다는 의미로 주택경기의 침체 상황이 쉽사리 개선되기 어려움을 시사하는 것이다.
◇2월 산업생산 0.5% 감소..`기대 이하`
미국의 2월 산업생산은 월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은 2월 산업생산이 0.5%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마켓워치가 집계한 월가 전망치인 0.2%보다 큰 감소폭이다.
생산설비 가동률은 전월의 81.5%에서 80.9%로 떨어졌다. 이는 지난 2005년 11월 이래 최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