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김기성특파원] 8일(현지시간) 뉴욕 주식시장이 글로벌 증시의 안정 기대감으로 상승 마감했다.
이날 상승은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으로 글로벌 유동성 위축과 직결되는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의 우려감이 줄어든 게 핵심 원동력으로 작용했다.
글로벌 증시 동반 강세의 출발점이었던 아시아 증시도 ECB의 금리 인상 전망을 반영, 대부분 1% 이상의 강세를 나타냈다. 유럽 주요국 주식시장도 1% 이상 상승했다.
이날 소매 유통업체들의 부진한 2월 실적이 발표되긴 했지만 별다른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다만 미국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인 뉴 센추리의 부도설이 막판 투자심리에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한때 100포인트 이상 상승하기도 했던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만2260.70으로 전일대비 68.25포인트(0.56%) 올랐다.
다우 구성종목 30개중 26개가 상승한 가운데 AT&T(3.0%), 버라이존(2.0%), 아메리칸 익스프레스(1.6%)의 오름세가 두드러졌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3.09포인트(0.55%) 상승한 2387.73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중심의 S&P500지수는 1401.89로 9.92포인트(0.71%) 올랐다.
미국의 날씨가 온화해져 난방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국제 유가가 소폭 하락했다. 이날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4월물 인도분 가격은 전일대비 배럴당 18센트 내린 61.64달러로 마감했다.
◇美 소매유통 2월 실적 `부진`.."폭설 때문에~"
월마트 등 미국의 소매유통업계가 한파와 폭설이 몰아닥친 2월에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업체들의 실적이 월가 예상치를 밑돌았다.
톰슨파이낸셜에 따르면 전국 유통망을 갖고 있는 52개 미국 소매유통업체중 3분의 2의 2월 실적이 예상치에 못미친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WMT)의 2월 동일점포 매출은 0.9%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는 월가 예상치인 1.5%를 비교적 크게 밑돈 것. 월마트도 당초 1~2% 증가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제시했었다.
다만 주가는 배당금을 31% 늘린다는 발표에 약보합세(-0.1%)로 마감했다.
대형 할인 유통업체인 코스트코(COST)의 2월 동일점포매출 역시 월가 예상치에 못미쳤다. 월가는 5.1%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4% 증가에 그쳤다. 주가는 3.3% 내렸다.
미국 최대 백화점인 메이시를 운영중인 페더리티드 디파트먼트 스토어(FD)의 매출도 1.2% 증가하는데 머물렀다. 월가 예상치는 2.8%였다.
반면 대형 할인 유통업체인 타겟(TGT)의 실적은 월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2월 동일점포매출이 5.7% 증가해 예상치인 5.1%를 앞질렀다. 이 영향으로 주가는 1.8% 올랐다.
고급 백화점 노드스트롬(JWN)의 동일점포매출도 9.1% 증가해 월가 예상치인 5.7%를 훌쩍 뛰어넘었다. 주가는 4.5% 상승했다.
◇맥도날드 포드 `상승`..뉴센트리 `급락`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업체인 맥도날드(MCD)는 아침과 야참 메뉴에 대한 강한 수요로 글로벌 매출이 5.7% 증가했다는 소식에 1.3% 상승했다.
포드자동차(F)는 1분기 실적 호전을 예상한 CSFB의 투자의견 상향조정(시장수익률하회→중립)으로 4.1% 올랐다.
세계 최대 도서 체인인 반스 앤 노블스(BKS)도 스티펠 니콜라우스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으로 3.0% 상승했다. 스티펠 니콜라우스는 반스 앤 노블스의 총 마진이 증가할 것이라며 투자의견을 보유에서 매수로 한단계 올렸다.
AT&T도 A.G 에드워즈의 투자의견 상향 조정(보유→매수)로 3.0% 상승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경영난에 처한 뉴 센추리 파이낸셜(NEW)은 부도설로 25% 급락했다. 오전만 해도 헤지 펀드 매니저인 데이비드 아인혼이 이사회 멤버를 그만 둔다는 소식에 8.5% 상승하는 강세를 나타기도 했지만 결국 부도설로 곤두박질쳤다.
미국 2위 서브프라임 모기지 업체인 뉴 센추리 파이낸셜은 모기지 부실로 분기 실적 발표도 연기했으며 설상가상으로 증권거래법 위반과 분식회계 혐의로 조사도 받고 있다.
◇ECB, 기준금리 25bp 인상..엔 캐리 청산 우려 `감소`
유럽중앙은행(ECB)은 이날 전문가들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25bp 올린 3.75%로 결정했다. 이로써 ECB는 지난 2005년12월 이후 기준금리를 7차례 인상했다.
ECB의 이번 금리 인상은 13개국으로 구성된 유로존의 경제성장이 여전히 호조를 띠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는데다 통화 증가율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 안정을 위협하는 요인들을 더욱 면밀히 감시할 것"이라며 추가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한편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은 이날 기준 금리를 5.25%로 동결했다. 지난 1월 물가 지표가 완화된 이후 두달 연속 금리를 현 수준으로 묶은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영란은행이 수개월내 금리를 한번 더 인상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영란은행도 중기적 물가 위험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