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윤경기자] 2003년 중국 경제는 숨가쁘게 성장했다. 경제성장률은 8.6%를 기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는 세계 10위권 국가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의 성장이다.
올해도 8%대의 고성장이 예상된다. 90년대 후반 이후 연 9% 안팎의 고속성장은 멈출 줄 몰랐고 중국은 세계 경제의 중심에 우뚝 섰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중국 경제의 고속 성장에 "과열"의 혐의를 제기하고 있다. 정도를 지나치는 것은 모자란 것만 못하다(過猶不及)고 했는데 중국 경제의 약진이 여기서 멈추는 것은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중국 경제의 성장에 제동이 걸리게 되면 세계 경제에 미칠 파장은 적지 않다. "세계의 공장" 중국의 가동률이 떨어지게 되면 수입국들은 물론 중국의 저렴한 인건비를 이용해 공장을 돌리고 있는 다국적 기업들의 피해는 막심할 것이다.
또한 중국의 폭발적인 수요에 기대 대중국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 국가들도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항간에선 이런 세계 경제의 중국 의존도를 두고 "중국이 기침을 하면 세계는 몸살을 할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한다.
◇중국 경제 "과열" 경고등
중국의 고정자산 투자는 2003년 10월까지 전년 동기대비 30.2% 증가했다. 시중에 풀린 돈도 크게 늘었다. 총통화(M2) 증가율은 10개월 연속 중앙은행 목표치인 18%를 넘어섰다. 10월에만 21조4500억위안(2조6000억달러)의 자금이 시장에 풀렸다.
문제는 이렇게 몰린 자금이 불균형한 발전을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섬유와 철강, 시멘트, 자동차 등 일부 종목에만 집중, 중복투자가 성행하고 있다. 수요가 이를 좇지 못하니 결과는 공급과잉일 수 밖에 없다. 부동산 가격도 급등했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 해 소비자물가는 2%가량 상승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중국 경제는 아직 성장 일로에 있고 굳이 현재의 상황을 과열로 진단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최근엔 중국 정부가 나서 과열을 경고하고 이를 막기 위한 방책을 내놓는 등 사태의 심각성을 시인하는 분위기다.
중국 정부는 우선 일부 부문에 대한 투자를 제한키로 했다.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지난 달 24일 각료회의를 갖고 과열이 우려되는 일부 산업에 대한 신규 경쟁을 제한하는 시장진입 제한 방안에 합의했다. 정부가 나서 직접적인 과열 방지책 마련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성장의 이면..고실업과 도농격차, 그리고 금융불안
이런 가운데 중국 경제성장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미해결의 문제들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예측도 적잖이 나오고 있다.
우선 중국의 심각한 실업문제와 도농간 격차 등 경제 성장의 불균형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다.
중국의 실업률은 표면적으로는 큰 문제가 아닌 듯 보인다. 2003년 도시지역 실업률은 4.3%로 추정되며 올해엔 4.7%까지 오를 것이라고 노동사회보장부는 밝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실제 실업률은 10~15%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실업률을 낼 때 기준으로 삼는 등록실업률은 도시지역 비농촌호구를 가진 16~50세의 남자와 16~45세 여자 가운데 직업 서비스기관에 구직등록을 한 자로 제한하고 있어 국유기업에서 퇴출된 직공이나 도시로 진입했지만 직업을 갖지 못하고 있는 농촌호구자, 고령자 들은 제외돼 실제 실업률은 더 높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 수는 연간 800만개로 한정돼 있지만 구직자수는 날로 늘어나고 있다.
도시-농촌간 임금 격차 또한 이젠 우려할 만한 수준에 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2003년 도시 거주자들의 임금은 농촌 거주자들에 비해 3.3배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지난 1978년 중국이 경제개혁을 시작한 해 도시 거주자들은 농촌 거주자들에 비해 임금이 1.8배 많았고 대부분의 나라에선 이 차이가 약 1.5배 정도이다.
중국의 농업인구는 약 8억명으로 중국 인구의 62%에 해당하는 만큼 도농 격차로 인한 경제성장의 리스크도 크다고 할 수 있다.
금융권 안정도 중국 경제의 숙제로 지목되는 가운데 중국 정부는 다행히도 최근들어 금융개혁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영은행들의 부실 떨기 작업이 본격화되고 있고 은행들의 겸업을 인정함으로써 수익구조를 개편해 리스크를 줄이려 하고 있다.
◇"뜨거운 감자" 위안화 절상
또 하나 중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큰 변수는 바로 위안화 절상이다. 중국이 국제 사회의 압력에 따라 위안화를 평가절상할 경우 그동안 경제성장의 엔진 역할을 해 온 수출에 빨간불이 켜질 것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특히나 일자리 수가 적어서 고민하는 중국이 위안화 절상으로 수출에 고전하게 된다면 업체들이 생산을 줄이면서 추가로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중국의 위안화 절상, 혹은 페그제 폐지는 이제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보인다. 또한 여기저기서 올해에는 중국이 고집스레 고수해온 환율정책의 빗장을 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블룸버그통신이 자체 조사한 데 따르면 11명의 외환 애널리스트 가운데 7명이 중국이 올해 말까지 위안화 절상에 나설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오히려 중국 경제의 과열 문제를 풀 수 있는 열쇠로 위안화 절상을 얘기하고 있다.
앨런 그린스펀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도 최근 중국이 페그제를 유지하기 위해 달러 매입을 늘리고 있으며 이로 인한 통화팽창이 중국 경제의 과열을 초래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도 중국이 통화팽창 압력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위안화 절상을 검토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중국 정부는 수출이 늘어나면서 폭증한 외화자금을 해외 투자에 유도하는 방식으로 통화량을 조절해 왔지만 최근 중국 거주자들이 외화예금을 인출,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어 그렇지 않아도 문제가 되고 있는 통화량 팽창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저우샤오후안 인민은행 총재도 FT와의 인터뷰에서 "하나 이상의 통화에 위안화를 연동시키는 것을 논의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제 중국은 국제 사회의 위안화 절상 압력과 통화 팽창이라는 두 가지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하기 위해 위안화 절상 압력에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을 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중국도 최근 들어선 기존의 고집스런 태도에 비해선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인민은행은 지난 달 22일 개최한 4분기 통화정책위원회 성명을 통해 "위안화 환율의 기본적인 안정성을 유지한다"는 종전의 정책 기조를 재확인했지만 통화의 안정성은 "합리적이고 균형잡힌 수준"에서 담보돼야 한다는 문구를 추가, 미묘한 입장 변화를 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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