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결제은행(BIS)이 5일 발표한 연례 보고서중 "아시아의 기업 및 금융 구조조정의 몇가지 양상" 부문에서 한국의 구조조정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다음은 그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기업 구조조정
한국의 경험은 아시아 국가중 기업 불안이 (금융위기의) 주요 원인이라는 점과 기업 개혁의 주요 접근 방법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1990년대 중반 재벌들에 의해 수행된 사업 다각화와 야심에 찬 투자 프로젝트에 의해 한국 제조업의 부채/자본 비율이 1990년대초의 300%에서 1996년 말에는 400%까지 증가했다. 투자가 적정 수익률을 낳는데 실패하면서 기업들이 대부분 단기로 더 많이 돈을 꾸는 일이 발생했다. 기업의 재무상태와 영업활동에 대한 효율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보고 시스템이 없는 탓에 문제가 더욱 악화됐다. 이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의 주요 목표는 투명성과 도산 시스템을 강화하는 것을 통해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데 맞춰졌다. 자본시장 자유화를 통한 신용과 시장 리스크 평가를 개선하는 관점에서 광범위한 금융부문 개혁이 수행됐다. 결국 이러한 시도는 규제완화와 외국 자본 자유화를 통해 경쟁력을 개선시키는데 공헌했다.
2년이 지난 지금, 개혁에 대한 열정이 사그러들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의 기업들은 구조조정 목표를 맞춰나가고 있는 중이다. 금융위기후 수요감소에 직면해 기업들은 1998년에 종업원을 5% 이상 감축했고, 실질 임금도 9% 떨어뜨렸다. 저임금과 해외 수요 회복, 경쟁력있는 환율, 반도체 가격상승 등에 힘입어 수익성이 증가됐고 부채도 감소시킬 수 있었다. 기업들은 또한 자본 지출을 통제했고 기업 구조를 강화시켰다. 시장이 조금씩 더 열리기 시작했으며 기업 지배구조와 재정상태 공표 부문이 개선됐다. 신뢰성있는 규제가 은행들로 하여금 대출 심사와 리스크 평가를 강화시켰으며 파산 전담 법원이 세워졌다. 자본 확충과 자산 매각으로 인해 5대 재벌의 부채/자본 비율은 국제기준보다는 아직 높기는 하지만 30~40% 비율로 떨어졌다. 30대 재벌들도 몸집을 줄였으며 핵심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생산 구조를 개선했다.
금융 구조조정
아시아 정부들은 은행 시스템 개혁을 위해 자본 확충과 구조조정이라는 두가지의 기본적 접근 방식을 따랐다. 한국과 말레이시아는 정부의 개입정책을 택했다. 그들은 은행으로 하여금 부실채권(NPL)을 정부 소유나 정부가 자금을 댄 자산관리공사(AMC)에 할인된 가격으로 매각하도록 했다. 그리고 취약하지만 아직 영업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에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태국은 주요결정을 은행이나 시장에 맡겨두는 정책을 취했다. 두가지 접근방식 모두, 은행 예금자들은 은행이 문을 닫거나 합병되거나 국유화될 때에 보호를 받았다. 게다가 감독 기능이 강화됐으며 대출 심사와 기준 확립, 여신과 상호 지급보증, 자본 적정성, 발표 기준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신뢰할 만한 조치가 취해졌다.
지금까지 양호하게 이뤄졌다.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자산관리공사는 할인율이 50%를 약간 넘는 범위에서 은행의 부실채권 매입을 기본적으로 완수했다.
자산관리공사 접근 방식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자산관리공사에 부실채권을 매각함에 따라 손실이 현실화됐고 이는 광범위한 지급불능 문제를 야기했다. 주주들은 주식을 소각하거나 추가 자본을 투입해야 했다. 한국 정부는 5개 은행과 17개 종금사의 문을 닫았으며, 한국과 태국은 외국인의 은행 소유를 완전히 허용했다.
(은행의 적정 자본을 위해) 한국의 예금보험공사는 은행 부문의 자본 확충을 위해 130억 달러를 투입했다.
은행 영업에 있어 개혁의 전반적인 영향을 평가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러나) 부실채권의 자산관리공사로의 이전으로 한국과 말레이시아의 은행 재정상태가 매우 빨리 개선됐다. 은행 점포를 닫음으로써 비용절감의 효과도 있었다. 한국의 은행 직원숫자는 약 25% 감축됐으며, 임금 삭감도 있었다. 1999년 전반기에 은행의 수익성은 경제 성장에 따라 개선됐으며, 주가도 올랐다. 그러나 재벌들의 워크아웃 문제 때문에 추가적인 손실을 감수해야만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