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유민 캐디 "볼은 선수가 친다…나는 마음을 편하게 하는 사람"

주미희 기자I 2026.02.16 07:00:04

LPGA 투어 루키 황유민 캐디 박중근 씨 인터뷰
이례적 4년 동행…올해 美 무대 함께 도전
지난해 롯데 챔피언십 우승 이끈 ''격려''
"美 코스 파악에 2배 더 공들여"
"행동도 조심…길에 떨어진 쓰레기도 줍죠"

[이데일리 스타in 주미희 기자] “볼은 선수가 치는 것이기 때문에 저는 선수가 신뢰를 쌓고 마음을 편하게 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했을 때 황유민(왼쪽)과 사진 박중근 씨.(사진=AFPBBNews)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후보로 거론되는 황유민의 곁에는 언제나 캐디 박중근 씨가 있다. 2023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에 데뷔 때부터 4년째 동행 중이다.

지난해 10월 ‘초청 선수의 기적’을 쓰며 LPGA 투어 롯데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황유민이 미국 무대 시드를 확보한 뒤 가장 먼저 손을 내민 사람도 박중근 씨였다. 황유민은 루키 시즌을 함께할 캐디로 박 씨를 직접 요쳥했고, 그렇게 박중근 씨는 올 시즌 LPGA 투어를 누비는 유일한 한국인 캐디가 됐다.

지난 2일 끝난 LPGA 투어 공식 데뷔전 힐튼 그랜드 베이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황유민과 함께 공동 5위를 합작한 캐디 박중근 씨를 만났다. 박 씨는 “메이저 대회와 해외 대회를 여러 차례 경험해 공식 데뷔전이라는 부담은 크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KLPGA 투어 시절부터 US 여자오픈, 아문디 에비앙 챔피언십 같은 메이저 대회와 롯데 챔피언십 등 해외 대회를 황유민과 함께 경험해왔다.

선수들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캐디를 교체하는 경우가 적지 않은 현실에서 4년째 동행은 이례적이다. LPGA 투어에서도 박인비, 김세영, 고진영 등 일부 정상급 선수들만이 오랜 기간 한 캐디와 호흡을 맞췄다.

박중근 씨는 자신을 전술 파트너라기보다 ‘심리적 동반자’로 정의한다. 그는 “볼은 선수가 치는 것”이라며 “나는 기술적인 부분보다 선수가 마음을 편하게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에 집중한다. 선수를 세심하게 관찰해 언제 편안해하고 언제 긴장하는지를 빠르게 파악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의 장점이 가장 빛난 순간은 지난해 롯데 챔피언십 최종 라운드였다. 전반 9개 홀을 마쳤을 때 황유민은 선두에 4타 뒤져 있었다. 버디를 잡아야 하는 10, 11번홀에서도 어렵게 파 세이브에 그쳐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하지만 박 씨는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거듭 격려했다. 황유민은 이후 마지막 4개 홀에서 연속 버디를 잡으며 극적인 역전 우승을 완성했다.

박 씨는 “대회 3주 전부터 유민이의 샷 감과 컨디션이 매우 좋았다. 4라운드에서도 샷은 좋았지만 운이 따르지 않아 스코어가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며 “최근 샷 감이라면 충분히 따라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동안 유민이를 많이 관찰해왔기에 그런 판단이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두 사람의 동행이 이어지는 이유는 인간적인 신뢰다. 황유민보다 9살이 많은 박 씨는 “큰오빠처럼, 막내동생을 대하듯 챙겨주려 한다. 무엇보다 신뢰와 친밀감을 쌓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무대 적응도 함께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경기가 끝나면 선수와 캐디가 각자 숙소로 돌아가지만, 미국에서는 매니저 등과 함께 에어비앤비에 머물며 생활한다. 경기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더 많이 나누고 소통도 깊어졌다.

연습 라운드도 다르다. 한국에서는 하루 5시간가량 공식 연습 라운드를 돌지만, 미국에서는 월·화 연습 라운드와 수요일 프로암까지 사흘 동안 코스를 점검한다. 박 씨는 “하루 3~4시간씩 사흘간 코스를 보며 한국보다 2배 가까이 시간을 투자한다”며 “미국 코스는 대부분 처음이기 때문에 더 꼼꼼히 살핀다”고 설명했다.

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유일한 한국인 캐디라는 책임감도 느낀다. 그는 “골프장 안에서 볼 수 있는 한국인 캐디가 저뿐이다 보니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게 된다. 작은 쓰레기라도 보이면 바로 줍는다”며 웃었다.

이제 황유민과 박중근 씨는 오는 26일부터 나흘간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으로 향한다. 박 씨는 “유민이 목표가 곧 제 목표”라며 “시즌 최종전인 CME그룹 투어 챔피언십에 참가를 목표로 매 대회 최선을 다하겠다. 그렇게 해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지난 1월 LPGA 투어 공식 데뷔전 힐튼 그랜드 베이케이션스 토너먼트 오브 챔피언스에 출전한 황유민(왼쪽)과 박중근 씨.(사진=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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