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국방성이 어제 “9·19 남북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며 “이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고 밝혔다. 또한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배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전인 22일 심야에는 평양 순안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미상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 우리 정부가 북한의 21일 밤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 1호’ 발사에 대한 대응 조치로 9·19 군사합의의 비행금지구역 조항 효력을 일시 정지하자 기습 도발로 무력시위에 나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이 “총선을 앞두고 불필요한 긴장을 고조시키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박성준 대변인)는 반응을 보이고,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들은 “9·19 합의의 완전폐기로 이어질까 우려된다”는 입장문까지 내놨지만 위중한 안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정부 결정은 당연하다. 9·19 합의를 3600여회나 어긴 북한의 상습적 위반 행위를 감안하면 우리만 이를 준수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 된 지 오래다. 대북 공중 정찰 정상화로 깜깜이 감시의 공백을 메울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안보 정상화에도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게 됐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만 리를 굽어보는 눈과 만 리를 때리는 강력한 주먹을 함께 틀어쥐었다”며 “군사적 타격 수단들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정찰 위성을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먹은 전략 미사일을 뜻하는 것이니 정찰 위성과 연계해 전술핵 미사일의 대남 타격 정밀성을 대폭 높이고 한미 주요 전략 자산도 낱낱이 들여다보겠다는 계산이다.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발사체 기술을 급진전시키고 있음을 종합하면 한반도 정세에 큰 위협 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
사정이 이런데도 민주당은 그제 중국의 탈북민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하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법안 소위의 결의안 처리를 무산시켰다. “유엔이 중국 내 탈북자 숫자나 사유를 파악하고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는 걸 이유로 댔지만 중국과 북한의 반발을 의식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우리의 정당한 대응을 불필요한 긴장 고조와 연결시키고 탈북민 보호에는 눈을 감는 행태를 반복한다면 민주당은 북한의 눈치만 보고 다닌다는 비판에 변명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