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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30% 더 쓴 집, 8월 전기요금 작년의 ‘2배’

강신우 기자I 2023.09.04 06:00:00

전력사용량 5만1000GWh ‘역대최대’
가정·상업시설서 더 쓴 것으로 추정
4인가구 전기요금 10만원대 나올 듯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지난 8월 연일 계속된 무더위로 전기 사용량이 역대 여름 최고 수준까지 오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벌써부터 이달 말 날아올 8월 전기요금 고지서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기요금이 작년 4월 이후 올해까지 매 분기 총 5회에 걸쳐 kWh(킬로와트시)당 총 39.6%(40.4원) 인상된 데다, 누진 구간을 넘을 때마다 요금이 급증하기 때문이다. 연일 무더위로 에어컨 등 냉방기기를 작년보다 많이 썼다면 요금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연합뉴스)
3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전력거래소에서 이뤄진 전기 거래량은 약 5만1000기가와트시(GWh)로 잠정 집계됐다. 작년(5만165GWh)과 비교하면 1.6% 늘어난 것으로, 역대 여름철 가운데 최대다. 8월 전력거래량은 △2019년 4만8472GWh △2020년 4만7706GWh △2021년 4만8255GWh를 기록한 뒤 지난해 처음으로 5만GWh를 넘겼다.

8월 전력사용 주체는 산업용보다는 가정과 상업시설에서 더 쓴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침체로 전체 수요의 약 55%를 차지하는 산업용 전기 사용량이 정체된 점을 고려하면 가정용과 상업시설에서 쓰는 일반용 전기 사용량이 예년보다 늘었을 것이란 관측이다.

가정용과 일반용 전기 사용량은 날씨와 매우 밀접한 상관관계를 보인다.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 8월 하루 최고 기온이 섭씨 33도 이상인 폭염일은 11일로 2018년 이후 가장 많았다. 8월 서울의 평균 기온은 27.2도로 2018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지난 8월 특정 시간대의 ‘최대 전력 수요’도 역대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8월 전기 사용량이 가정용과 일반용 위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돼 당장 이달부터 가정과 소상공인 등이 내야 할 8월분 전기요금이 전반적으로 높아졌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총 5차례에 걸친 전기요금 인상에도 전기사용량마저 늘어 누진 구간에 진입한 가구가 늘었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기요금은 300kWh 이하를 사용하면 kWh당 112.0원이 부과되지만, 이보다 많이 쓰면 누진제가 적용돼 kWh당 206.6원이 된다. 또 450kWh를 초과하면 299.3원으로 더 불어난다.

(그래픽= 문승용 기자)
한 달 427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4인 가구라면 작년 8월 6만6690원의 전기요금을 냈지만, 올해 8월에는 20.8% 오른 8만530원을 내야 한다. 만일 무더위로 에어컨 사용량이 많아져 전기 사용량이 20% 늘었다면 이달 전기요금은 지난해보다 73.4% 급증한 11만5640원을 내게 된다. 전기 사용량이 30% 늘었다면 작년 요금의 거의 배에 달하는 13만1340원을 내야 한다.

전기요금 인상과 무더위로 인한 전력 소비 증가로 가정과 소상공인 등의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다만 우리나라의 전기요금은 아직 세계 주요국과 비교해 저렴한 수준으로, 한전은 2021년 이후 원가에 못 미치는 가격에 전기를 팔아 47조원대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8월 전력판매량은 아직 나오지 않았고, 주택용, 일반용 전기 사용량 증가 여부가 확인할 수 없다”며 “7월의 경우 주택용과 일반용 전기 사용량이 전년대비 줄어든 데다, 캐시백 참여 등 절전의식도 높아져 전기 사용량이 얼마나 될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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