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1별관에서 법원 관계자가 한은과 조달청 소송 관계인들을 호명했다. 수분 뒤 양측 관계자들은 206호 조정실을 빠져나왔다. ‘3분’. 법원이 한은과 조달청에 제안한 일종의 화해 권고가 결렬되는데 걸린 시간이다. 한은 통합별관 신축 공사를 두고 양 기관 사이 벌어진 법적 다툼은 결국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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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법은 이날 오후 3시께 한은과 조달청 사이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의 조정기일을 진행했다. 원고와 피고 소송 수행자와 대리인 측 출석 확인 후, 양측이 ‘조정 의사가 없다’고 밝히자 조정 절차는 3분여 만에 종료됐다.
이번 조정기일은 중앙지법 민사합의27부(손승온 부장판사)의 결정으로 열렸다. 재판부는 소송을 조정에 회부하기로 지난 5월말 결정, 이날로 조정기일을 잡았다. 재판부가 석 달 가까이 화해의 시간을 준 셈이지만, 한은과 조달청 측의 입장은 확고했다.
분쟁의 시작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은이 서울 중구 남대문로 통합 별관 재건축 공사입찰을 조달청에 위임한 것이 발단이 됐다. 조달청이 입찰가를 589억원 더 낮게 쓴 삼성물산을 두고 계룡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삼성물산은 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고, 감사원가 기획재정부도 입찰예정가(2829억원)를 3억원 웃돈 금액으로 응찰한 계룡건설의 낙찰 과정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조달청은 2019년 해당 입찰을 취소한다.
그러나 착공은 재차 지연된다. 계룡건설이 법원에 낙찰자 지위를 확인하는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다. 법원은 계룡건설의 손을 들어줬고, 2019년 말에서야 공사가 시작됐다.
한은은 조달청 입찰 과정의 ‘잡음’으로 손해를 입었다며 올 2월 말 5억원 상당의 손해배상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창립 70주년인 2020년 상반기 입주 계획 무산에 더해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의 ‘월세 살이’를 3년 연장해야 했던 한은은 임차료 등 손해를 배상하라며 법원에 소장을 접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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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은과 조달청 사이 분쟁은 재판장인 손승온(49·사법연수원 30기) 부장판사 판단에 달리게 됐다. 손 부장판사의 화해 권고는 ‘물러날 수 없다’는 양측 입장만 재확인됐을 뿐이다. 한은은 조달청이 입찰 과정에서 송사에 휘말리면서 공사 지연에 따른 손해를 봤다는 입장인 반면, 조달청은 입찰 과정에서 위법 사항은 없었고 입찰 및 공사지연과 한은의 손해 사이 인과관계가 없다는 입장이다.
당초 법조계는 조정 성립 가능성을 낮게 봤다. 공공기관 사이 송사는 판결에 따라 책임 여부도 따라오기에 공무원 조직의 특성상 타협이 어렵다는 것이다. 조정 역시 일부 책임을 인정하는 셈이기에 그 가능성은 낮다는 판단이다.
이들의 법적 분쟁은 제법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적어도 수개월 내 법원 판단이 나오긴 어렵다는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긴급한 판단을 요하는 소송이 아니기에 송사가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한규 전 서울변회장은 “1심 판결만 최소 1~2년 이상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며 “쟁점도 많아 장기전으로 생각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