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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감면을 해주면 누가 평소에 아득바득 갚으려고 하겠나. 또 ‘정부가 지원해주겠지’ 하는 생각에 해이해질 수밖에 없지 않나.”
연체율을 낮추고 상생금융을 시도하고 있는 금융권에 대한 차주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연체 발생시 이를 감면해주는 혜택을 잇따라 내놓고 있어서다.
◇연체이자 100% 감면에 원금까지 깎아준다는 금융권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새마을금고중앙회는 연말까지 한시적으로 3개월 이상 연체차주 및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에 대해 정상 및 연체이자를 최대 100% 감면해주거나 상환을 유예해주기로 했다. 새마을금고 측은 연체차주의 모럴헤저드가 아닌 취약차주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이같은 방안을 내놨다고 밝혔다.
일부에선 이에 대해 “연체율이 6% 이상으로 높다는 비난여론이 거세자 이를 무마하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마을금고 이용자라는 한 차주는 “이자를 착실히 상환한 사람만 바보를 만들었다”고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이날 우리은행도 연체 중인 차주의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해주기 위해 연체이자 납부 시 납부 금액만큼 원금을 줄여주는 파격적인 지원 프로그램을 내놨다. 약 40만명에 5600억원 규모의 혜택이 돌아갈 것으로 은행측은 분석했다. 시중은행에서 자발적으로 원금탕감 대책을 내놓은 것은 처음이다.
우리은행은 연체 중인 개인, 개인사업자, 중소기업의 ‘연체이자 원금상환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은 7월부터 1년간이며, 연체이자를 납부한 고객(부분 납부 포함)을 대상으로 납부한 금액만큼 원금을 자동으로 상환해 준다. 우리은행은 또 고금리,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개인사업자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7월부터 1년간 보증서 대출 신규 고객에게 첫 달 이자도 전액 환급한다.
아울러 대출원금 상환에 따른 중도상환 해약금도 면제하고 대출금을 전액 상환한 경우에는 캐시백으로 혜택을 받는다. 단 한도대출(마이너스 통장), 정책자금대출이나 주택기금대출 등 일부 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은행의 선도적 상생금융 방안에 다른 은행까지 확산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하지만 일부에선 성실상환 차주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대출자 입장에선 부담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겠지만, 기존 차주들의 역차별 논란과 제도 악용 소지로 인한 도덕적 해이 발생 지적이 나올 수 있다”고 봤다.
또 다른 관계자는 “연체이자에 대해 면제는 은행입장에서 수익을 포기한다는 건데, 이는 손실처리 하겠다는 걸로 해석된다. 손실이 늘어나는 상황이라면 주주들도 반기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취약층 지원 때마다 나오는 역차별 논란
도덕적해이 논란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7월 정부가 소상공인과 청년층 등 취약층을 위한 각종 금융 지원 대책을 발표한 직후 형평성 논란이 가열된 바 있다. 금융당국이 폐업 등으로 빚 갚기 힘든 자영업자 채무를 최대 90% 탕감해주고, 청년층에겐 이자를 깎아주기로 하면서다. 금융위원회가 폐업ㆍ부도 등으로 빚을 상환하기 어려운 자영업자 채무를 새출발기금을 통해 매입하고, 연체 90일 이상된 장기 연체자에 대해선 원금까지 감면해주기로 하면서 역차별, 도덕적해이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