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이자장사로 쉽게 번 돈으로 역대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면서 영업시간 단축 등에 따른 고객 고충에는 ‘모르쇠’로 일관하자 몰염치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줄을 잇고 있다. 대출 금리는 다락같이 올리고 예금 금리는 틈만 나면 내리는 이기적 행태에 대한 불만이 급속 확산하면서 국민 한숨이 들리지 않느냐는 비난도 거세지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 고통과 고객 불편을 외면하며 국민 밉상 취급을 자초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NH농협은행은 400%, 신한은행은 361%, KB국민은행은 280%의 성과급을 지급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은 추가로 300만원 이상의 특별격려금도 책정했다. 지난해 지급된 성과급을 크게 웃돈다. 하나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해 수준 이상의 성과급 지급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시선은 차갑다. 금융소비자들을 고통스럽게 한 고금리 덕에 거둔 이익으로 잔치를 벌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익의 일부라도 대출금리 인하, 고객 편의 개선 등에 쓴다면 봐줄 만한 구석이 있을지 모르겠는데 그러지도 않는다.
은행들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지난주 5.27~8.25%로 상단이 8%를 넘었다. 대출 금리의 근거가 되는 은행채 금리 등이 안정적인데도 금리가 오른 것이다. 예금 금리는 반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최고 5%대에 이르렀던 은행 예금 금리가 슬금슬금 하락해 대부분 4%대로 내려앉았다. 금융 당국의 암묵적인 압박이 작용했음은 분명하지만 예대금리차를 꿀단지로 여기는 구태의연한 작태가 아닐 수 없다. 2020년 12월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1시간 줄인 은행 영업시간은 코로나19를 핑계로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금리 모니터링을 강화한다고 하자 은행들이 금리 운용에서 눈치를 보기 시작했고 영업시간 문제를 두고는 노사합동 TF를 꾸려 논의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쏟아지는 비판을 모면하기 위한 구실일 수 있다. 소극적이고 몰염치하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집단 이기주의를 스스로 타파하지 않으면 타율적인 개혁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