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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맞춤형 보고서' 논란…법인세 인하 '산 넘어 산'

조용석 기자I 2022.11.16 05:00:01

야권, KDI 법인세 인하 지지 보고서 맞춤의혹 제기
“지정검토자 의견 묵살하고, 연구자 편향성 논란”
KDI “연구자 본인 의지, 연구원서 개입하기 어려워”
野, 법인세 인하 반대논거 고도화…“설득된 부분 없어”

[세종=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정부와 여당이 민간주도 성장 촉진을 위해 법인세 인하를 추진하고 있지만, 야당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보고서의 ‘정부 맞춤형’ 논란까지 제기하며 반대 수위를 점차 높이고 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 두번째)이 지난 9월 세종시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열린 기획재정부-KDI 합동 정책세미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사진 = 기재부 제공)
15일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기재위 소속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지난달 초 발간된 KDI포커스(현안보고서) ‘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에 대해 “KDI가 기재부와 교감하에 ‘추경호 맞춤형 보고서’를 무리하게 낸 것이 아닌가 의문이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김학수 KDI 선임연구위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추고 세율구조를 단순화하는 정부 세제개편안이 바람직하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추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5일 기재위 국정감사에서 이 보고서를 활용해 야권의 법인세 인하 공격에 반박하는 등 정부·여당 논거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했다.

야권이 해당 보고서에 맞춤형 논란을 제기한 까닭은 크게 두가지다. 먼저 출간 전 KDI가 지정한 지정검토자로부터 13개 의견을 받았음에도 대부분 반영되지 않았다. 미국·네덜란드 등 법인세 인상 논의 및 횡재세 같은 추가이윤세 동향, 중장기 재정상황을 고려한 세수확보 필요성 고려 등 반대 논거에 해당하는 요구가 대부분 무시됐다.

이를 두고 KDI 내부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현안보고서는 연구보고서와 달리 저자의 주장이 강하게 개입되는 성격이지만, 지정검토자의 의견이 무시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연구보고서는 KDI 연구진으로 구성되는 출간위원회가 부적격으로 판단하면 출간이 불가하나, 현안보고서는 원장의 승인이 중요하다.

집필자인 김 연구위원 및 출간을 최종 승인한 원장의 성향도 도마에 올랐다. 김 연구위원은 추 부총리가 기재부 1차관 시절 기재부 국가재정운영계획 총괄반에서 근무했고, 출간을 승인한 고영선 원장대행 역시 비슷한 시기 국무조정실 2차장 및 고용노동부 차관을 역임했다.

장 의원은 측은 “출간을 승인한 고 원장대행과 저자인 김 연구위원 모두 추 부총리와 깊은 인연이 있는 인물”이라며 “국책연구원이 정권 일정에 맞춰 무리한 견해를 담은 보고서를 제공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주장했다. KDI 측은 “연구자 본인의 소신이 반영된 것으로 이에 대해 통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야권은 보고서 맞춤 의혹 제기와 더불어 ‘부자감세’ 주장에 대한 반박 논거도 고도화하고 있다. 특히 재정학 권위자인 이준구 서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의 반대 논거로 자주 활용된다. 이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 ‘법인세의 존재는 투자 여부에 관한 결정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경제를 활성화시키는 수단으로서 조세에 너무 큰 기대를 거는 것은 무리’라는 주장을 편다. 김한규 민주당 의원 등이 예결위 등에 이를 언급하며 반박 논거를 펴기도 했다.

야당 내부에서도 법인세 관련 논의는 전무하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 내부에서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동의해줄 생각이 전혀 없는 분위기”라며 “여당도 야당도 서로 각각 주장만 할뿐 서로 설득된 부분이 없기에 현재로서는 법인세 관련 세제개편은 통과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법률 개정이 필요한 법인세 인하는 과반수 의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의결이 불가하다.

지난달 초 발간된 KDI포커스(현안보고서) ‘법인세 세율체계 개편안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정책과제’(자료 =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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