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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하 병사 사망으로 정신병 앓다 극단 선택…대법 "보훈보상대상자 해당"

하상렬 기자I 2022.10.31 06:00:00

편집성 조현병 발병해 공무상병 전역…스스로 목숨 끊어
"보훈대상자 요건 비해당" 처분에 유족 소송 제기
1·2심 패소…대법서 뒤집혀 "파기환송"

[이데일리 하상렬 기자] 군복무 중 발생한 부하 병사의 사망사고 이후 정신질환을 앓다 극단적 선택을 한 육군 장교에 대해 보훈보상대상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이 판단이 나왔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사진=이데일리DB)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A씨 유족이 경기북부보훈지청장을 상대로 낸 보훈보상대상자 요건 비해당 결정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환송했다고 31일 밝혔다.

1999년 육군에 임관해 장교로 복무한 A씨는 2001년 부하 병사가 작업 중 사망하는 사건을 겪었다. A씨는 당시 상급자로서 해당 병사를 잘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충격으로 스트레스가 심했고, 2010년부터 환청을 듣는 편집성 조현병 등 정신질환으로 병원 치료를 받았다.

A씨는 증세가 호전돼 병원 치료를 중단했다가 다시 증상이 발현해 2015년 공무상병을 인정받아 전역했다. 당시 A씨는 월 최대 50시간 초과근무를 하는 등 보직 변경으로 인한 직무상 스트레스도 받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정신질환을 견디지 못했던 A씨는 전역 28개월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후 A씨의 유족은 2019년 8월 국가유공자 등록 신청을 했다. 그러나 보훈심사위원회는 이듬해 A씨가 국가유공자 및 보훈보상대사장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에 불복한 A씨 유족은 해당 처분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1·2심은 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A씨의 질병과 직무수행·교육훈련 사이 상당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는 판단이다. 재판부는 “부하 병사 사망사고만이 독립적으로 A씨의 발병 원인이 됐다고 보긴 어렵다”며 “조현병이 발병한 이후 꾸준히 약물치료 등을 받아왔던 것으로 보여 군 치료가 부족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을 달리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상병은 A씨의 군복무 중 발생한 부하 병사의 사망사고에 대한 죄책감 등을 비롯한 직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정신질환적 요인이 악화해 발병했거나 자연 경과 이상으로 악화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므로, 망인의 직무수행 사이에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상병이 군인으로서의 직무수행으로 인해 발병했거나 자연적인 경과 이상으로 악화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원심 판단에는 보훈보상자법상 직무수행과 상병 사이의 상당인과관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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