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OECD 선행지수, 10년 8개월래 최저로 '뚝'[최정희의 이게머니]

최정희 기자I 2022.10.20 05:00:00

韓 OECD 선행지수 98.4, 2012년 1월 이후 최저
주요국 성장률 꺾이고 최대 주력품목 '반도체'도 두 달째 수출 감소
'신규 수주' 뚝 떨어져 韓 제조업 PMI지수, 석 달 연속 50 밑으로
제조업 재고율 124선으로 팬데믹 이후 최저…'물건 안 팔리고 재고 쌓여'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우리나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행지수가 2012년 이후 약 11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주요국 경기침체 우려에 수출 경기가 나빠지는 데다 제조업 재고율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물류난이 심각했던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물건은 안 팔리고 재고가 쌓이고 있다는 얘기다.

출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 코로나보다 무서운 고물가·고금리

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기선행지수는 9월 98.4로 2012년 1월(98.4) 이후 10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3월 이후 7개월째 기준선인 100 밑으로 떨어졌다. 2020년 팬데믹 당시에서 99선 밑으로는 빠진 적이 없었는데 팬데믹 때보다 더 악화된 상황이다.

OECD 글로벌 경기선행지수도 98.6으로 4월 이후 100 아래로 하락, 팬데믹이었던 2020년 9월(98.5)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중국, 유로지역, 영국 등도 경기선행지수가 하락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이들 역시 2020년 팬데믹 당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주요국 대비 우리나라의 OECD선행지수만 팬데믹 당시를 넘어서 추가 하락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팬데믹 때 다른 나라와 달리 ‘봉쇄’ 조치 없이 거리두기만 강화한 탓에 경제적 타격이 덜했는데 최근처럼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등 물가가 치솟고 급격한 금리 인상에 전 세계 경기침체가 커지는 상황이 경제적으론 더 충격이 클 수 있음을 시사한다.

통계청에서 집계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도 8월 99.3으로 2020년 9월(99.3)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3월 이후 100 아래로 빠졌고 두 달 연속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반면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8월 102.3으로 4개월 연속 상승하고 있다. 이는 동행지수 구성지표에 ‘수입액’이 들어가는데 에너지 등 원자재 가격 급등, 원화 약세 등의 영향에 수입액 자체가 늘어나면서 왜곡 현상이 벌어진 것으로 해석된다.

(출처: 통계청)


◇ 수출 경기 꺾이고 제조업체 ‘재고’ 쌓인다

경기선행지수가 악화된 가장 큰 이유는 주요국 경기침체에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 둔화까지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은 최악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세계은행 2.8% 전망)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데다 내년 성장률도 4.4%(국제통화기금 전망)로 전망되고 있다. 미국 성장률 전망치는 올해 1%대로 내려왔고 내년 0%대(피치 0.5%)로 전망되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두 달 연속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 반도체 D램 고정가격은 올 1분기까지만 해도 3.41달러를 기록했으나 3분기 2.88달러, 4분기 2.50달러로 내려왔다. 낸드 고정가격은 1분기 4.81달러에서 4분기 4.20달러로 하락했다. 반도체 가격은 내년 하반기나 돼야 회복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9월 수출경기확산지수는 44.8로 전월보다 9.3포인트 오르긴 했지만 4월 이후 기준선인 50 밑으로 빠지고 있다. 통상 수출경기확산지수는 실제 수출을 약 7.7개월 선행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주요국 수요 둔화에 수출이 악화되자 제조업 재고율(재고/출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제조업 재고율은 7월 124.5%, 8월 124.0%로 높아졌다. 물건이 수출, 내수 등으로 출하되는 속도보다 재고가 더 빠르게 쌓인다는 얘기다. 팬데믹으로 항만 물류가 꽉 막혔던 2020년 5월(127.5%) 이후 최악의 상황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나빠진 것이다.

제조업 업황도 악화일로다. S&P 글로벌 한국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역시 9월 47.3으로 석 달 연속 50 밑으로 떨어졌다. 2020년 7월 이후 가장 빠르게 하락한 것이다. IHS마킷은 “교역 상대국의 경기침체와 고물가 속에서 국내외 수요가 약해지면서 신규 주문이 감소한 것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조사한 9월 제조업 업황지수(BSI)도 75로 6포인트나 하락해 장기평균선(79)를 하회하고 있다. 신규수주 BSI가 3포인트 하락한 87을 기록하면서 매출BSI도 3포인트 떨어진 95로 내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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