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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팩은 비상장사와 합병을 목적으로 설립된 특수목적법인이다. 공모를 통해 기관과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스팩을 상장한 뒤 나중에 비상장사를 합병한다. 스팩합병은 최근 IPO 시장이 위축되면서 직접상장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상장 준비 기간이 짧고, 직상장 대비 완화된 심사기준을 적용받아 기업들이 스팩합병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팩합병 열풍에 신규 스팩 공모도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 1~10월 상장이 완료되거나 상장 예정인 스팩 수는 38개에 달한다. 현 추세가 이어져 공모 스팩이 연말까지 추가될 경우 기존 최다 규모를 갈아치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종전 최다 규모는 2015년 45개다.
스팩 규모도 커지고 있다. 국내에서는 안정성을 선호하는 투자자들의 성향을 고려해 50억~200억원 규모 스팩이 주를 이룬다. 합병상장이 쉽게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근에는 300억~900억원대 규모 스팩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하나증권과 삼성증권은 각각 400억원, 300억원대 스팩 공모를 추진 중이다. 앞서 NH투자증권은 지난해 960억원 규모 엔에이치스팩19호(380440), 400억원 규모 엔에이치스팩20호(391060)를 상장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확실한 매출과 수익 구조를 갖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초대형 스팩의 짝짓기 대상 1순위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소부장은 IPO 시장에서도 유일하게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분야로 스팩 주주들의 안정지향적 성향과도 맞아 떨어진다는 설명이다.
유경하 DB금융투자 연구원은 “IPO 시장이 호황일 때는 상장 희망 기업들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직접상장으로 몰리는 반면, IPO 시장이 부진할 때는 확실한 규모의 자금조달이 가능한 스팩합병으로 이동하는 경향을 보인다”면서 “공모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올해 스팩 상장 건수와 합병상장 건수는 제도 도입 이래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