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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중심 잡고 민간 의견 적극 청취해야”
그가 민간주도 또는 민관합동 규제개선에 회의적인 이유는 의견을 모으기 쉽지 않아서다. 곽 교수는 “규제개선에 참여한 민간위원들이 잘하는 분도 있으나 황당한 이야기를 하는 경우도 꽤 있다. ‘민간이 알아서 하니 정부는 개입하지 말라’고 주문하기도 한다”며 “과연 그렇게 결정된 규제개선 과제가 국민에게 설득력을 얻을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또 민관 합동으로 진행할 경우 양측 모두 민감한 부분은 피하다가 핵심 규제개선까지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곽 교수의 생각이다.
같은 맥락에서 곽 교수는 정부가 민간위원으로 꾸리는 ‘규제심판부’에 대한 우려도 컸다. 규제심판부는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심판관이 기업·부처의 규제 애로를 듣고 검토 및 권고안을 마련하는 제도다. 곽 교수는 “민간 위원에만 맡겨두면 결론을 내기 어려울 수 있다. 공무원이 중심을 잡되 민간이 배심원 역할을 하는 민간 배심원단을 꾸리는 것을 훨씬 더 효율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렇다면 곽 교수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규제개선 방식은 무엇일까. 그는 정부가 민간의 의견을 많이 듣고 초안을 만들고 이에 대한 민간의 의견을 다시 청취해 최종안을 만드는 형태로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초안을 만들고 많은 사람의 검증을 거쳐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며 “다만 정부는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하며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경험많은 퇴직공무원 위주로 꾸린다는 ‘규제혁신추진단’에 대해서도 다소 우려하는 눈치였다. 곽 교수는 “규제개선은 부처간 조율, 서류작업도 많은 힘들고 긴 업무인데 은퇴한 공무원이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일도 능숙하고 아직은 윗선의 눈치보다는 소신으로 일할 수 있는 고참급 사무관으로 추진단을 채우는 것이 훨씬 강력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아울러 곽 교수는 “덩어리 규제개선이 쉽지 않은 이유는 각 부처가 중복되는 업무를 하는 데 있다”며 ‘정부기능개편’도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산업현장 화학물질 규제를 환경부-고용노동부가 동시에 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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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사위 前 규제평가 받고, 부처 청부입법 근절해야”
곽 교수는 어려운 규제일수록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감한 규제 이슈일수록 정부가 개선하겠다 먼저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이슈를 던져서 여론을 듣고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작업에 나서야 한다고 봤다. 그는 “규제개선은 처음부터 기본을 다져가면서 접근해 궤도에 올라가면 알아서 굴러가게 된다. 반면 처음부터 어설프면 좋은 과제임에도 불구하고 동력을 잃는다”며 “어려운 규제를 풀어내 판이 커지고 열기가 생기면, 작고 사소한 규제는 한꺼번에 같이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어려운 규제개선은 대통령 의지가 뒷받침돼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곽 교수는 국회에서 만들어지는 ‘입법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서라도 의무적으로 규제영향평가를 받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최초 법안이 상임위 단계에서 ‘위원장 대안’ 형태로 병합돼 달라지는 경우가 많으니 법사위 올라가기 전 규제영향평가를 의무화하는 것이 효율적이란 설명이다. 현재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정부입법과 달리 규제영향평가가 의무가 아니다.
아울러 곽 교수는 이른바 정부부처가 의원과 협업해 발의하는 이른바 청부입법 형태의 규제 법안도 근절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정부입법이 아닌 의원입법 형태로 가면 규제영향평가를 피하는 동시에 시간도 단축되기에 부처들이 선호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입법 실적이 필요한 의원실이 부처에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곽 교수는 “국회 특성상 복잡한 규제를 혼자서 만들기는 어려움에도 가능했던 이유는 정부가 뒤에서 도왔기 때문이다. 그간 국회를 통과한 많은 규제 법안을 정부가 만들었다”며 “대통령 훈령으로라도 이번 정부에서는 부처들이 청부입법 형태로 규제입법을 하지 않도록 강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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