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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0개월의 보존 처리 작업을 진두지휘한 박지선 용인대 문화재학과 교수는 “국외 소재 문화재의 경우 수리를 자주 하지 않아 오히려 원형 그대로 유지된 경우가 많다”며 “의궤 등의 기록을 토대로 조선 후기 쓰였던 재료를 최대한 그대로 사용해 복원했다”고 설명했다.
‘곽분양행락도’는 19세기 후반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8폭 병풍이다. 크기는 가로 430.8㎝, 세로 187.1㎝로 중국에서 근무했던 변호사 윌리엄 캘훈(1848∼1916)의 유족이 1940년 시카고미술관에 기증했다. 중국 당나라 시기에 부귀영화를 누린 무장 곽자의(697∼781)가 호화로운 저택에서 가족과 팔순 잔치를 즐기는 모습을 묘사한 그림이다.
곽자의는 ‘안사의 난’을 진압한 명장으로 슬하에 8남 8녀를 두는 등 자손도 번창해 부귀와 무병장수를 상징하는 인물로 여겨졌다. 병풍에 그려진 학, 원앙, 사슴 등이 모두 쌍을 이루고 있는 것은 다산을 기원하는 의미에서다. 조선시대 사대부와 왕실에서는 ‘곽분양행락도’를 만들어 소장하는 것이 유행했으며 혼례 등 잔치 때 장식 용도로 사용됐다.
현재 ‘곽분양행락도’는 국내외에 47점이 남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공개된 병풍은 필치가 고르고 우수하며 색채도 잘 남아 있는 편에 속한다. 누각 안 여인의 뒤에 걸린 ‘그림 속 그림’까지 정교할 정도로 섬세한 필치가 돋보인다.
화면의 전체적인 구도와 색감, 인물 묘법, 각종 장식적 요소를 보면 왕실에서 사용됐다고 짐작할 만큼 격식과 수준을 갖췄다는 평가다. 박 교수는 “연회 장면뿐 아니라 화풍이나 구도가 조선 왕실의 장식회화와 흡사하다”며 “곽자의를 부각하는 대신 여성은 작게 그려 넣는 중국과 달리 화폭의 절반 가까이 여성을 그리는 데 할애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한국식 곽분양행락도’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병풍은 6월 13일 미국으로 돌아가며 7월 2일부터 9월 25일까지 시카고미술관 한국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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