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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당선인, 미·중·일 강대국 외교전략 대전환 예고

박태진 기자I 2022.03.12 06:00:00

미국은 동맹·일본 협력·중국 상호존중 기조
바이든과 통화·대사대리 만나 “한·미 동맹 재건”
기시다 총리 통화서 “한·미·일 공조 강화”
주한 중국대사 접견…불편한 관계 해소 주목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 일본, 중국 등 주변 강대국과의 외교 전략에 변화를 예고했다. 미국과는 동맹, 일본과는 협력, 중국과는 상호존중에 기반한 관계 발전을 강조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와 외교 전략 차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윤석열(오른쪽)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 마련된 당선인 사무실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접견하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미국, 유일한 동맹국…일본과 정상회담 기대

윤 당선인은 지난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크리스토퍼 델 코소 주한미국대사대리를 만나 양국관계에 대해 “한국의 유일한 동맹 국가가 미국”이라며 “서로의 안보를 피로써 지키기로 약조한 그런 국가이기 때문에 거기에 걸맞은 그런 관계가 다시 자리를 잡아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 기후협력, 보건의료, 첨단기술 등 모든 의제가 한미 간 혈맹관계를 바탕으로 해서 포괄적으로 발전해가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간 윤 당선인은 문재인 정부가 중국, 북한에 치우친 외교를 한 탓에 무너진 한미동맹을 재건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혀왔다. 전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20분간의 전화 통화에서도 이를 확인했다.

윤 당선인은 연초부터 이어져 온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 등 도발과 관련, 더욱 굳건한 한미 공조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앞으로도 한반도 사안에 대해 더욱 면밀한 관심을 기울여 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은 북한 내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으며 최근 북한의 탄도 미사일 도발이 한국뿐 아니라 미국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있는 만큼, 한미일 3국의 대북정책 관련 긴밀한 조율이 중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일본에 대해서는 관계 개선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이날(11일) 오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에서 “한국과 일본 양국은 동북아 안보와 경제번영 등 향후 힘을 모아야 할 미래과제가 많은 만큼 양국 우호협력 증진을 위해 함께 협력해 나가자”고 했다.

또 “양국 현안을 합리적으로 상호 공동이익에 부합하도록 해결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취임 후 한·미·일 3국이 한반도 사안 관련 공조를 더욱 강화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현안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동원 배상 판결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갈등 현안을 양국 모두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하자고 한 것으로 해석된다.

당선인 측은 이날 통화에서 양측이 윤 당선인 취임 후 이른 시일 내 만나자는데 의견을 같이한 점에 의미를 두고 있다.

기시다 총리는 물론 전임 스가 총리는 문재인 정부에게 일본이 수용할만한 해결책을 먼저 제시할 것을 요구하며 정상회담에 응하지 않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통화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중 수교 30주년…시진핑과 관계 주목

윤 당선인은 중국에 대해서는 상호존중 기조를 내비쳤다.

그는 같은 날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와 면담에서는 “한·중관계 발전을 위해 양국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며 책임 있는 세계국가로서 중국의 역할이 충족되기를 우리 국민이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중국이 북핵 문제 등 글로벌 현안 해결에 있어서 국가 위상에 걸맞은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로 읽힌다.

윤 당선인은 이 자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당선 축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 시 주석은 서한을 통해 “대한민국 20대 대통령 당선에 진심 어린 축하와 따뜻한 축언을 표한다. 양국은 가까운 이웃이고 중요한 협력 동반자”라며 “올해는 양국관계에 중요한 의미가 있는 수교 30주년이 되는 해이다. 중국은 한국과 함께 수교의 초심을 굳게 지키고 우호협력을 심화해 중한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의 안정적이고 장기적인 발전을 촉진해 양국과 양국 국민에게 복지를 가져다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

이에 윤 당선인도 “수교 30주년으로 양국 국민들에게 여러가지 큰 도움이 됐다”며 “한중관계가 더 발전할 것을 확신한다”고 화답했다.

그러나 정치권과 외교가에서는 윤 당선인이 미국과 중국의 갈등 사이 균형 외교를 추구했던 문재인 정부와 달리 미국을 더 우선시하는 외교정책을 펼치면서 중국과 불편한 관계가 형성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더욱이 윤 당선인은 정부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중국과 갈등 봉합 과정에서 취한 ‘3불’ 정책(사드 추가하지 않고, 미국 미사일방어체계·한미일 군사동맹 불참)에 반대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대선 후보 TV토론에서 “(문재인) 정부의 입장이었기 때문에 그런 입장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 바 있다.

다만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드러냈던 후보 시절과 달리 이날 면담에서는 싱 대사를 “늘 친근한 느낌이다. 한중관계가 더 발전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향적 태도를 보였다.

윤 당선인이 얽히고 설킨 주변 강대국과 관계를 어떤 방법으로 풀어갈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1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접견해 대화 나누고 있다. (사진=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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