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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첨단소재는 지난해 개별 기준 매출 3019억원, 영업이익 759억원(잠정 실적 공시 기준)을 기록했다. 글랜우드PE 인수 직전 해인 2019년과 비교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35%, 126% 증가하며 원매자들의 관심을 사고 있다. 예상대로 매각 작업이 이뤄진다면 내달 예비입찰을 거쳐 상반기쯤 새 주인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흥미로운 것은 인수합병(M&A) 시장에 내놓은 PI첨단소재를 제외하면 글랜우드PE의 투자처는 지난해 3월 CJ올리브영 프리IPO(상장 전 투자유치)투자가 사실상 전부라는 점이다. 바이아웃(경영권 인수)으로 범위를 좁히면 보유한 매물이 없는 셈이다. 지난해 7월 9000억원 규모의 2호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다는 점까지 감안한다면 ‘의아하다’고 생각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여타 PEF 운용사보다 2~3배 빠른 전략을 구사한다는 점을 떠올린다면 놀랄 것도 없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통상적으로 PEF 운용사가 경영권 인수부터 매각까지 걸리는 시간은 4~6년 정도다. 회사가 조성한 펀드 조성과 클로징 시점에 맞춰 사고 파는 과정을 진행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글랜우드PE를 거친 투자처들은 이 시간의 반도 걸리지 않았다.
2013년 설립한 글랜우드PE는 이듬해인 2014년 동양매직을 약 3010억원에 인수했다가 2년 만인 2016년에 6100억원에 SK네트웍스에 매각하며 화제의 중심에 섰다. 차기 포트폴리오였던 한라시멘트는 2016년 4월 홍콩계 PEF 운용사인 베어링PEA와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한 뒤 1년 1개월 뒤인 2017년 5월에 보유 지분을 엑시트(지금회수) 하면서 서너박자 빠른 전략을 이어갔다.
지난해 6월 맥쿼리한국인프라투융자회사(MKIF)에 7980억원에 매각한 해양에너지와 서라벌도시가스도 인수부터 매각까지 2년 반 정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밖에 LX인터내셔널에 6000억원에 매각하기로 한 한국유리공업(지분 100%)도 2019년 9월에 인수한 점을 따지면 2년 3개월 밖에 되지 않은 투자처다.
회사 측에서는 “시기(타이밍)가 좋았다”고 말하지만 업계에서는 치밀하면서도 의도한 전략 설정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인수전에 나설 때부터 기업가치를 끌어올릴 방안·기간을 설정하는 것은 물론 시장에서 관심을 가질 차기 원매자까지 고려한 전략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여러 매물을 보유했다가 시장 환경 급변으로 매각에 애를 먹는 경우를 사전에 차단하겠다는 의도도 읽힌다. 회사가 보유한 포트폴리오에 쿼터(Quota·개수를 제한하는 것)를 설정하고 ‘선택과 집중’에 만전을 기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의 또 다른 관심은 글랜우드PE의 차기 투자 매물로 쏠린다. 2년 안팎 주기로 인수와 매각 사이클(주기)이 돌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PI첨단소재 매각 작업과 함께 차기 매물 인수전 검토에 나설 것이라는 시각이 적지 않다. 카브아웃에 강점이 있다 보니 기업 비주력 계열사를 인수하거나 앞서 투자한 올리브영과 시너지를 낼만한 매물을 보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다만 글랜우드PE 측에서 오랜 기간 인수를 물색해온 매물이 아닌 분위기나 직감에 의존한 결정은 하지 않을 것이란 게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들이 계열사 개편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선 만큼 먼저 인수를 제안해 오는 것들도 꽤 있을 것이다”면서도 “확실한 밸류업이 있다고 판단되는 매물이어야만 (인수나 투자를) 검토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