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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국제유가가 큰 폭 상승했다. 미국이 국제 공조를 통해 전략비축유(SPR)를 푸는 초강수를 뒀음에도 오히려 올랐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2.3% 오른 배럴당 78.5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1월 인도분 브렌트유 역시 장중 3% 이상 오르고 있다.
원유시장이 주목한 건 미국의 SPR 방출 소식이었다. 백악관은 이날 성명을 통해 5000만배럴 방출 소식을 알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필요하다면 추가 조치를 취하고 전세계와 협력해 (원유를) 적절하게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관심이 모아지는 건 미국이 한국, 영국, 일본, 중국, 인도 등 주요 소비국들까지 불러모아 함께 SPR을 공급하기로 했다는 점이다. 이날 각국 정부는 일제히 동참 방침을 공식 확인다. 모두 더하면 7000만배럴에 가까울 것으로 시장은 점치고 있다.
이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OPEC 주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 플러스(OPEC+)’가 미국의 추가 증산 요청을 사실상 거절한데 따른 것이다. 치솟는 유가를 마냥 볼 수만 없는 만큼 고육지책 카드를 꺼낸 셈이다.
그러나 SPR을 풀었음에도 유가는 예상을 깨고 상승했다. 원유시장이 이미 SPR 공급 이슈를 선반영한데 따른 것으로 읽힌다. 최근 WTI는 배럴당 70달러 중후반대 레벨로 내려 왔다.
원유 공급의 키를 쥐고 있는 OPEC+가 움직이지 않는다면 SPR 국제 공조 역시 단기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