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계도 메타버스 열풍]
국립극장 ''스테이지 로그인'' 프로그램
해오름극장 본뜬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가상공간에 ''작은아씨들'' 무대 구현
공연 예술 경험 적은 관객 새로 유입 기대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공연계가 최근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현실을 디지털 세계로 확장시켜 정치·경제·사회·문화 활동을 할 수 있게 만든 가상의 공간)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현실을 넘어 가상공간에서도 관객과의 만남을 시도 중이다.
| 지난 16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서 열린 국립극장 관객 아카데미 프로그램 ‘스테이지 로그인’ 현장(사진=이프랜드 캡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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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관객과의 대화가 시작됩니다. 극장 로비에 계신 아바타 관객분들은 객석 안으로 입장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16일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에는 공연장이 하나 생겼다.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을 본떠 만든 공연장이었다. 국립극장 관객 아카데미 프로그램 ‘스테이지 로그인’이 이곳에서 진행됐다. 국립극장이 메타버스에서 처음 시도한 관객 대상 행사였다.
공연장 분위기는 가상의 공간에 아바타 관객이 있다는 점만 제외하면 실제 공연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행사 시작 전 아바타 관객들은 극장 로비에 전시된 공연 사진을 구경하는가 하면, 무대 위로 올라가 춤을 추고 박수도 보내며 행사를 기다렸다.
이번 행사는 오는 25일 개막 예정인 해외초청공연 ‘울트라월드’의 사전 프로그램이었다. 가상현실을 소재로 한 공연 특성에 착안해 메타버스의 개념과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됐다. 미디어 설치미술가이자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융복합 교수로 활동 중인 이진준 작가가 강사로 참여했다. 이 작가는 해외 유명 팝 가수들의 콘서트를 중심으로 메타버스가 활용하고 있는 가상현실(VR)·증강현실(IR) 기술이 공연과 어떻게 접목되고 있는지를 소개했다. 그는 “메타버스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공연 또한 메타버스를 활용한 다양한 시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 서울시뮤지컬단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통해 공개한 뮤지컬 ‘작은아씨들’의 무대 공간(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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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서는 다음달 7일 개막을 앞둔 서울시뮤지컬단 뮤지컬 ‘작은아씨들’의 무대를 미리 만나볼 수 있다. 극 중 마치 가문의 네 자매가 사는 집을 가상의 공간에 꾸몄다. 관객은 언제 어디서든 제페토에 접속해 가상의 무대 공간을 자유롭게 둘러보며 공연 분위기를 미리 경험해볼 수 있다.
이번 이벤트는 메타버스 플랫폼 주 이용자가 20~30대 젊은 세대라는 점에서 관객 저변 확대를 목적으로 기획됐다. 서울시뮤지컬단 관계자는 “관객들이 궁금해했던 ‘작은아씨들’의 무대를 가상공간에 구현해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이곳을 찾아 실제 공연 속 네 자매처럼 무대를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앞서 마포문화재단은 지난달 열린 ‘제6회 마포 M 클래식 축제’에 메타버스를 활용해 화제를 모았다. 더 많은 대중과 만나기 위해 온라인으로 진행한 공연을 메타버스 안에서도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메타버스 활용에 힘입어 온라인 공연 평균 조회수도 전년 대비 71% 증가했다. 마포문화재단 관계자는 “공연예술계에 메타버스를 접목해 문화예술을 멀게 느낀 관객을 새롭게 유입하고 기존 관객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 마포문화재단 ‘제6회 마포 M 클래식 축제’ 메타버스 공연장(사진=마포문화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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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연계가 메타버스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진 홍보·마케팅 수단에 머물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다만 메타버스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따라 공연계의 새로운 활력소가 되기에는 충분해 보인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영상학과 교수는 “메타버스는 이제 시작 단계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영역으로 확장될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한다”며 “공연계에서도 하나의 도구로서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한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