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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실' 따로 '말' 따로, 정부는 '소통' 말할 염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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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위원I 2021.08.23 05:00:00
문재인 정부의 큰 특징 중 하나는 국민·언론과의 소통을 강조한 데 있다. ‘쇼통’이라는 비난도 있었지만 나라 돌아가는 상황을 소상히 알리고, 민심에 부응하겠다는 의지와 노력에 많은 국민과 언론은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갈등과 국론 분열을 부추긴다는 등 일부 지적에도 불구하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주목받은 것은 소통 노력에 대한 기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통의 기본은 진정성이다. 정확한 사실 관계에 바탕을 둔 냉정하고도 객관적인 판단과 이를 근거로 한 합리적 처방이 제시될 때 국민은 납득하고 소통은 본래 의미를 찾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문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료들의 최근 화법엔 문제가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이 최근 상임위 처리를 강행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국내외에서 “언론자유 침해”라는 비난이 빗발치는데도 문 대통령은 처리 직전 기자협회에 보낸 메시지에서 “언론자유는 누구도 흔들 수 없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관련이 없다는 유체이탈식 화법이다.

문 대통령은 코로나19백신 접종률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회원국 중 꼴찌권으로 추락하고 모더나 백신 공급이 무더기 펑크난 이달 초에도 “접종 목표시기를 앞당기고 인원도 더 늘릴 것”이라고 말해 ‘희망 고문’ 지적을 받기도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 실정의 책임자임에도 불구, 입만 열면 자화자찬이다. 임대차3법 시행 후 1년간 전세값이 폭등하고 임대차 분쟁이 38%나 늘어나는 등 시장이 대혼란을 겪었는데도 그는 “ 임차인 다수가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2분기 가계소득이 4년만에 감소하고 최상위 20%만 소득이 늘어났다는 통계를 놓고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시장소득이 전반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를 내놨다. 상황 인식에 문제가 없는지 의심이 갈 정도다.

역대 어느 정부보다 소통에 열심이라는 문 정부에서 대통령과 고위 관료들의 말이 유체이탈·자화자찬 등 비판에 휘말리는 것은 유감스럽다. 청와대와 정부는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신뢰 회복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매끄럽게 마무리돼야 할 문 정부의 임기 후반이 말로 인해 불신과 원망으로 얼룩진다면 국가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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