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 들고 홍범도 장군 맞이한 시민들...'귀환' 뒷이야기 공개

박지혜 기자I 2021.08.16 07:00:40
[이데일리 박지혜 기자]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대첩을 승리로 이끈 독립군 영웅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고국의 품으로 돌아왔다. 이주 100년, 순국 78년 만의 귀환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일제강점기 봉오동 전투 승리를 이끈 홍범도 장군의 유해 봉환식이 열린 서울공항에서 홍범도 장군의 유해에 분향하고 묵념하고 있다. 광복군으로 활동한 김영관 애국지사도 분향 후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후 11시께 국립대전현충원 입구에서 홍 장군을 기다리던 시민의 모습을 전하기도 했다.

우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전 현충원으로 왔다. 들어오는 입구에 어떻게 도착 시간을 알았는지 두 가족이 촛불을 들고 맞아 주었다”고 밝혔다. 그가 올린 사진에는 어린이를 포함한 시민 6명이 종이컵에 끼운 양초를 들고 서 있었다.

우 의원의 게시물에는 “방송을 보며 예를 갖췄다”, “내일 참배 가야겠다”는 댓글도 이어졌다.

사진=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페이스북
홍 장군은 크즐오르다에서 고려극장의 경비 책임자 격인 수위장으로 노년을 보내다, 조국의 광복을 보지 못한 채 1943년 생을 마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4월 한국-카자흐스탄 정상회담에서 장군의 유해를 모셔올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고, 봉오동전투 100주년인 지난해 봉환 계획이 코로나19 확산 상황으로 늦춰지다 이번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 방한 계기로 결실을 맺었다.

전날 문 대통령이 파견한 우 의원 포함 특사단은 크즐오르다 현지 묘역에서 추모와 제례를 지내고 우리 공군 전투 기종이 모두 투입된 엄호 비행 속에 장군을 고국으로 모셔왔다.

이날 오전 고려인 동포 배웅 속에 카자흐스탄 크즐오르다 공항을 출발한 홍 장군 유해는 서울공항으로 돌아왔다. 문 대통령은 최고의 예우로 장군의 유해를 직접 맞이했다. 이 자리에는 광복군으로 활동한 김영관 애국지사도 함께 했다.

추모가 끝난 뒤 장군의 유해는 운구차로 옮겨졌고, 문 대통령과 참석자들은 대전현충원으로 떠나는 장군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키며 봉송했다.

78년만에 고국 땅으로 돌아온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의 유해가 15일 오후 국립대전현충원에 임시 안치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우 의원은 “홍범도 장군님의 귀환은 문 대통령의 의지가 결정적이었다”며 “사실은 그간 장군님의 귀환을 위한 시도들이 있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이어 “첫째는 카자흐스탄 고려인의 정신적 지주이시기에 고려인 사회에서 흔쾌해 하지를 않았다. 둘째는 그 분의 고향이 평양이고, 활동 무대가 백두산 등지여서 카자흐스탄 정부가 대한민국 봉환에 대해 적극적이지 않았다. 셋째는 이 일을 적극적으로 추진 해야 할 후손이 없었던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런데 2019년 카자흐스탄 국빈 방문 시 대통령은 우리의 자랑스러운 승리한 무장투쟁의 역사, 독립전쟁의 역사를 모셔야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가지고 토가예프 카자흐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관철했다”며 “그때 제가 홍범도장군기념사업회 이사장 자격으로 특별수행원이었기에 그때 대통령님의 의지가 얼마나 분명했는지 잘 알고 있다”고 밝혔다.

우 의원은 또 “(애초) 토가예프 카자흐 대통령의 국빈방문이 16일로 잡혔다. 당초 카자흐 정부는 국빈방문과 함께 유해 봉환이 이루어져야 하며, 광복절 봉환이 일본의 신경을 건드릴 수도 있다는 등의 이유로 16일 봉환 입장이었으나, 광복절 귀환의 의미를 여러 차례 설명하고 요청하여 마침내 광복절 귀환이 이루어지게 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보훈처는 코로나19 방역 수칙을 준수하며 16~17일 이틀간 홍 장군에 대한 온·오프라인 추모 기간을 운영할 계획이다. 온라인 헌화와 분향을 원하면 보훈처 홈페이지에서 할 수 있다.

대전현충원 현충탑 앞에 설치된 국민분향소에서 직접 참배 및 승차 참배(드라이브 스루)는 선착순으로 가능하다.

정부는 국민 추모행사 후 오는 18일 대전현충원에 장군의 유해를 안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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