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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생산차질에 꺾인 성장주…내수株에 쏠리는 눈

이은정 기자I 2021.05.14 01:50:00

美소비자물가 쇼크에 대만·인도 코로나發 셧다운
외국인, 전기전자업 집중매도…이달 5% 넘게 빠져
"성장주 불확실성에 소비심리 수혜 내수주 기대"
시크리컬 상대적 강세도 예상…"저평가 종목 찾아야"

[이데일리 이은정 기자] 인플레이션 우려가 증시를 덮치면서 업종 불문 약세를 보이고 있다. 인플레로 미래 수익성 훼손 우려가 큰 성장주는 주초부터 맥을 못추는 상황이고 상대적으로 수혜가 기대되는 경기민감주는 그나마 선방해왔지만 미국 소비자물가가 예상치를 훌쩍 뛰어넘자 역시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당분간 물가상승 우려와 이에 따른 통화정책 정상화 부담이 증시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 우려에서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 내수소비 관련주에 주목할 것을 권했다.
[그래프=이데일리 김정훈 기자]
◇ 외국인, 전기전자업종 집중 매도…코스피 기술주 ‘출렁’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25% 하락한 3122.11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 10일 사상 최고점(3249.30)을 찍고 3거래일 연속 하락세다.

간밤 나온 미국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전년동월대비 상승률은 4.2%로 시장 전망치 3.6%를 크게 상회했다. 지난 2008년 9월(5.0%) 이후 거의 13년 만의 최고치다. 여기에 대만, 인도 코로나19 확산세로 주요 글로벌 IT 공급망 제동 문제가 불거지면서 기술주 부담을 키웠다.

코스피 전기·전자 업종은 이날 2% 가량 하락하면서 지난 11일부터 사흘 연속 내림세를 이어갔다. 삼성전자는 1.6% 빠지며 7만8700원까지 내려왔고 SK하이닉스(000660)도 2.1% 하락했다. 10위권에서 1% 미만 오른 LG전자(066570)를 제외하고 모두 1~4%대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기·전자 시가총액 비중은 30%를 넘어선다. 부진이 지속되는 동안 코스피 지수의 반등도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나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나스닥지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추세를 되돌리지 않는 이상 지수 영향력이 높은 삼성전자의 추세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다”며 “기술주 하락 배경에 인플레이션 경계심리가 자리하고 있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성장주의 불확실성도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 연구원은 “생산 차질과 가격 상승이란 수급 불균형에 의한 물가 상승은 경제 재개와 공급 증가가 시작되면 완화되고 ‘구조적 현상’이 되기 전에 연준의 조치가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 인플레 우려도 언젠간 약화될 것”이라면서도 “미국 통화정책 잡음 등 그 시기가 문제”라고 전했다.

◇ 인플레 영향 덜한 내수株 관심…“음식료 등 방어주 확대”

이에 소비심리 개선 수혜가 기대되는 내수주에 관심이 모아진다. 내수주가 인플레 압력을 이겨낼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 이날 KRX철강지수는 5% 넘게 급락했고 KRX300소재지수는 3% 가까이 떨어지는 등 경기민감주로 분류되는 철강, 소재, 기계, 운수창고 등의 업종이 일제히 하락했지만 음식료, 경기소비재, 필수소비재 등 내수주는 상승세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원가 상승에 가격을 인상하는 음식료 관련주와 다른 나라보다 앞서 소비심리가 개선되면서 수요 회복세가 가시화되고 있는 미국, 중국 등 내수소비 관련주로의 포트폴리오 조정을 조언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의류·음식료 업종에서도 실적 개선세를 보이는 기업을 기대종목으로 꼽았다. 이중 에프앤가이드 집계 기준 의류 업종 중에서 1분기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영업이익을 기록한 곳은 F&F(007700)(전년동기비 증가율 304%),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78%), 에스제이그룹(306040)(95%), 한섬(020000)(55%) 등이다. 음식료 중에서는 CJ제일제당(097950)(40%), 롯데칠성(005300)(416%), 롯데제과(280360)(41%) 등이다.

2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를 살펴보면 F&F는 전년 동기 대비 84% 증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흑자전환, 에스제이그룹 14%, 한섬 38%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3%, 롯데칠성 59%, 롯데제과 28% 증가가 추정되고 있다.

덜 오른 시크리컬(경기민감주)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는 의견도 있다. KB증권은 에너지, 기계, 조선, 은행 등을 거론했다. 제조기업의 실적, 현금흐름이 탄탄한 성장주, 방어주 비중 확대 등도 조언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철강 등 급등한 시크리컬보다는 덜 오른 종목 전략을 권고하지만, 이 상승을 추격 매수하는 건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며 “생산차질이 예상되는 제조기업들의 2분기 실적 확인, 캐시플로우가 탄탄 성장주 중심의 포트폴리오 재편, 조정장 후반부 초강세를 보이기도 하는 음식료 등 방어주 비중을 단기적으로 채워 대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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