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작 해당 공공기관에 근무 중인 직원들은 마음이 썩 내키지 않은 모양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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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은 지난 2005년 1차로 진행됐죠. 아시다시피 지방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전국 곳곳에 공공기관들이 새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하지만 여당에서 제안한 2차 공공기관 이전에는 서울에 터를 잡고 있는 기관들이 대부분입니다. 다시 얘기해서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들을 이번 기회에 전국으로 분산시키자는 의도죠.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실시하는 제안이라고 합니다.
우선 정부청사가 모여 있는 세종으로 보내자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현재 반쪽자리 행정중심복합도시를 완성하자는 차원이기도 하죠. 야당 일부 의원들도 동의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죠.
야당인 미래통합당은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대의명분을 무시하기는 힘들지만, 현 정권 임기가 2년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도이전과 공공기관이전 안을 제시한 것이 불순하다는 입장입니다. 표면적으로 정부와 여당의 부동산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한 국면전환용 카드라고 비난했습니다.
청와대가 일단 구체적 공공기관들의 지방 이전 여부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면서 이 이슈는 잠잠해졌습니다. 그러나 지역균형발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공약이라는 측면에서 현 정부 임기 후반기의 최대 역점 사업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 ‘20% 이직’…공공기관, 인력유출 우려
문제는 서울에 있는 공공기관들이 지방 이전 시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여의도에 있는 금융기관을 비롯한 서울의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했을 시 과연 업무에 차질이 없겠느냐는 겁니다. 업무의 비효율성이 가장 커 보입니다. 예컨대 은행과 증권사 본사는 서울에 몰려 있지만, 금융감독원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금융권 관리 감독 시 접근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얘기죠. 또 투자전문 국책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이 지방으로 내려가면 해외투자, 대외경제협력 등 주요업무를 하는 데 있어 많은 애로사항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해외투자를 하는 대기업들이 서울에 몰려 있기 때문이죠.
한국거래소 사례를 들어 보겠습니다. 거래소는 본사가 부산에 있지만 주요 증권사들이 서울 여의도, 을지로, 강남 등에 분포해 있어 2005년에 서울지사를 설립했죠. 지금은 서울지사의 업무 비중이 더 큽니다. 부산본점에서는 파생금융 업무 정도만 담당하고 있죠. 현재 직원들도 800여명이 부산과 서울에 근무하는데, 서울지사 직원 비율이 2대 1 정도로 더 많다고 합니다. 물론 서울지사는 증권거래소와 코스닥거래소가 합쳐지면서 탄생한 영향도 있지만, 분명한 건 업무 비중이 본사보다 더 크다는 점입니다. 거래소 사례로 볼 때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한다고 해도 업무 중요도에 따라 서울에 또 다시 분점 개념의 지사를 설립하는 행태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일부기관은 지방이전으로 인한 인력유출도 우려합니다. 한 공공기관 관계자는 “지방 이전 시 20%가 넘는 직원이 이직을 할 것이라는 설문조사 결과가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지역균형발전은 대한민국 성장의 토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정치권의 논리로만 결정해선 안 될 문제라고 봅니다. 억지로 이사를 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라는 것이죠. 공공기관들의 입장을 들어보고 합의점을 찾는 시도가 필요해 보입니다. 이를 위해 공청회를 열고 사회 각계각층의 의견 수렴하는 사회적 대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