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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돋보기] '경비원 김씨' 지하실에서 쉬는 이유는?

김용운 기자I 2019.06.08 01:00:00
봉준호 감독의 영화 ‘플란다스의 개’에서 극중 아파트 경비원 김씨로 분한 변희봉 배우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 우리나라 주택 중 75%는 아파트·연립·다세대주택처럼 여러 가구가 모여 사는 공동주택 형태다.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도움을 받아 공동주택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거나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례들을 통해 꼭 알아둬야 할 상식은 물론 구조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 효율적인 관리방법 등을 매 주말 연재를 통해 살펴본다.

아파트와 일반 주택의 차이점 중에 하나는 경비원의 유무입니다. 경비원은 아파트의 보안뿐만 아니라 주차관리, 택배 수령 등 아파트 입주민들의 일상적인 민원을 해결해주며 여러 편의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아파트 입주민을 위해 불철주야 일하는 경비원이 많지만 전반적으로 경비원의 근무환경은 전반적으로 열악한 수준입니다. 식사할 곳이 없어 좁은 경비실에서 급하게 식사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휴식을 취하려 해도 마땅한 장소가 없어 근로 중 휴식권을 제대로 보장 받지도 못합니다. 최근 칸국제영화제에서 ‘기생충’으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데뷔작 ‘플란다스의 개’를 보면 아파트 지하실에서 밥을 챙겨먹는 경비원 김씨(변희봉 분)의 모습이 나옵니다. 이런 모습은 아직도 크게 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12년 3월 제정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을 보면 사업주는 근로자들에게 휴식시간에 이용할 수 있는 휴게시설을 제공하도록 명시되어 있습니다. 휴게시설도 유해물질을 취급하는 장소 등과 격리된 곳에 만들어야 합니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내 경비원이나 청소원, 관리사무소 직원들을 위한 휴게시설이 많이 열악한 것이 현실입니다.

다행히 최근 국토교통부에서는 현재 공동주택 단지 내에 경비원·미화원 등 근로자가 쉴 수 있는 휴게시설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하는 내용의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이제라도 근로자를 위한 휴게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하게 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관리사무소 설치 규정에 휴게시설도 포함하는 총량 개념으로 건설시점에 설치하도록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어 관리사무소 공간을 축소하고 휴게시설을 설치하는 꼼수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동일한 공간면적의 구획된 수만 늘어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업계획승인단계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합니다.

또한 시행령안은 신축 아파트에 대해서만 적용하도록 했지만 기존 아파트의 경비원·미화원 등 근로자를 위한 휴게시설의 확보를 위해서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대한주택관리사협회의 입장입니다.

이미 건설된 아파트의 경우 경비실을 추가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행위허가 등의 까다로운 절차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전기 등에 의한 화재와 위생 등의 문제가 유발되지 않는 조건과 간이 휴게시설을 아파트 입주민의 과반수가 동의하는 경우 등으로 조건을 완화해 법으로 명시한 근로자의 권리를 아파트 관리 영역에서도 보장해주는 것 바람직합니다.

결국 아파트 경비원을 비롯해 아파트를 관리하는 인력들이 업무 환경에 만족할 수록 아파트 입주민들이 받는 서비스와 관리의 질도 높아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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