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일 업계에 따르면 충남도는 현대제철(004020)이 당진제철소 제2고로 용광로 정비 과정에서 발생한 수증기 및 가스를 대기오염방지설비가 없는 ‘고로 브리더(안전밸브)’로 무단 배출했다는 이유로 최근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내리기로 결정했다. 포스코(005490)도 동일한 처지다. 경북도와 전남도 역시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 대해 같은 이유로 지난달 ‘조업정지 10일’ 처분을 포스코에 사전 통지한 상태다.
◇대안도 없으면서 무조건 고로 정지…“문닫으란 얘긴가”
지자체의 이번 처분은 대기환경보전법 제31조 ‘대기배출시설 가동 시 반드시 방지 시설을 가동해야 한다’는 조항에 따른 처분이다. 다만 철강업체들은 일반적인 대기배출시설이 아닌 고로 브리더(고로 내부에 공기를 드나들수 있도록 하는 장치), 즉 안전밸브를 문제 삼았다는 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우선 고로 브리더 개방은 안전 측면에서 불가피하게 사용해야만 하는 설비다. 제철소는 1~2개월에 한번꼴로 고로 내부 정비를 진행한다. 고로 내 열풍 주입을 중단하고 수증기를 주입하며, 이때 내부 압력이 높아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고로 브리더를 1시간여 개방한다. 이와 함께 상시적으로 고로 내부 압력과 온도를 모니터링하고, 비정상적으로 높게 측정될 경우 안전을 위해 고로 브리더를 열기도 한다.
더군다나 고로 브리더를 개방하면 실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여부도 확인되지 않았다. 통상 고로 브리더는 지상에서 100미터 이상 높이에 위치해 그동안 대기오염물질 배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달 21일 환경부는 드론을 띄워 고로 브리더 배출가스 성분 조사에 나섰지만, 신뢰성 있는 통계를 위해서는 여러 차례 조사가 진행돼야 하는 터 검증까지 긴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특히 철강업계는 고로 브리더 관련, 대기오염방지시설을 설치하는 기술 자체가 현재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미국과 일보, 유럽 등 환경 문제에 민감한 선진국들의 제철소들 역시 고로 브리더에 대기오염방지시설이 설치된 사례는 없다. 세계철강협회도 이미 문제가 없다고 평가했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고로 브리더는 단순 대기배출시설이 아닌 안전장치인데, 이를 근거로 조업정지를 내린 것은 안전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판단인가”라고 지적하며 “실제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되는지 근거조차 없는 상황에서 조업정지부터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 고로 브리더에 오염방지 시설을 장착하는 기술은 없다”며 “조업정지에 앞서 정부는 실제 대기오염물질 배출이 얼마나 되는지, 만약 대기오염물질이 배출된다면 이를 줄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업계와 함께 머리를 맞대는 게 먼저”라고 지적했다. 이어 “개선안이 없는 상황에서 조업정지를 내린들, 철강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며 “결국 문을 닫으란 이야기”라고 토로했다.
고로 가동 중단이 현실화되면 철강업계는 치명적인 타격을 받는다. 철강업은 용광로에 쇳물이 굳지 않도록 생산설비가 24시간 쉬지 않고 가동돼야 하는데, 열흘의 조업정지로도 재가동에 최대 6개월이 걸리기 때문이다.
◇정부 “환경개선 의지”…뒷배경엔 현 정부·여론 눈치보기?
환경부는 물론 지자체 역시 철강업계의 이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 다만 환경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주겠다는 취지에서 조업정지 처분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이같은 처분을 내릴 수 밖에 없다”며 “철강업계 설명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나, 환경부와 각 지자체 논의 결과 우리나라가 선도적으로 환경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는 미세먼지 저감 등 환경오염 방지에 역점을 둔 현 정부는 물론, 총선 등을 염두한 여론 눈치보기에 급급한 행보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다른 철강업계 관계자는 “처음 일부 환경 관련 시민단체들에서 문제가 제기된 이후 철강업계는 각 지자체들에 관련 사안을 충분히 검토하고, 함께 해결방안을 모색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지속 냈다”면서도 “하지만 마땅한 근거 자료뿐 아니라 현장 조사 하나없이 이렇게 급하게 작업정치 처분을 내린 데에는 지자체들이 다른 시선들을 의식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