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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美·中 무역분쟁 격화되자 22개 업종 중 20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중국과 무역협상이 계속되고 있지만 너무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고 불만을 표시하며 오는 10일부터 중국산 수입품에 대해 관세율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미국은 9~10일(현지시간) 중국과 무역협상에 나섰지만 빈손으로 끝났고, 10일(현지시간) 부로 미국은 해당 관세를 발효했다. 관세 부과는 미국 국경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이뤄지는 게 아닌 중국에서 출발하는 기준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실질적 발효까지는 시간이 남은 상태지만, 양국 간 무역분쟁에 따른 불확실성은 당분간 이어지는 모양새가 됐다.
이러한 불확실성이 한 주 넘게 글로벌 시장을 계속 흔들면서 코스피 지수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13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무역분쟁 긴장감이 재차 높아진 지난 5일 이후 이날까지 코스피 지수는 총 5.34% 내린 2079.01에 장을 마쳤다. 해당 기간 동안 코스피 시장의 22개 업종 중 총 20개 업종 지수가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 움직임을 보면 무역분쟁에 따른 영향이 어느정도 미치는지 엿보인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2개 업종 중 개별 종목 움직임이 큰 영향을 미쳤던 의약품 업종을 제외하고 해당 기간 가장 큰 폭으로 내린 업종은 화학 업종(-7.25%)이었다. 이어 기계(-7.12%), 운송장비(-6.85%), 전기전자(-6.63%) 업종 등이 뒤를 이었다. 의약품 업종 지수는 분식회계 의혹을 받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와, ‘나보타’ 관련 미국 소송 본격화 소식에 급락한 대웅제약(069620) 등의 영향이 커 제외했다.
5일 이후 큰 폭으로 급락한 업종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모두 대중국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은 지난 12일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영향’ 자료를 통해 “업종별로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중 가공무역 비중이 높은 전자부품과 철강, 화학제품 등의 수출에 특히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고 분석했다. 실제 화학이나 기계 운송장비 업종의 경우 중국 경기 개선에 따라 업황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돼 왔던 대표적 중국 매크로 민감업종이다. 무역분쟁에 대한 불확실성이 더욱 고조되고, 분쟁이 보다 장기화될 것으로 보이자 이들 지수가 한꺼번에 급락한 것으로 보인다.
◇ 통신업 선방에도 낙관은 일러…무역분쟁 종료까지 지켜봐야
반면 같은 기간 지수가 오른 업종은 단 두 개에 불과했다. △종이목재(0.61%) △통신(1.84%) 업종 등 총 두 개다. 종이목재 업종의 경우 태림포장 인수합병(M&A) 이슈가 관련 종목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업종 지수 역시 오른 것으로, 이를 제외하면 트럼프 쇼크 이후 사실상 통신 업종만이 오른 것이다.
그러나 통신 업종의 상승 역시 긍정적 요인으로 오른 것은 아니란 분석이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통신주가 오른 것은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의 결과라기보다 지수 급락기에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점이 부각된 반대 급부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아직 통신에 대한 지나친 낙관적인 기대는 이르며, 상반기까지는 방어주 컨셉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한국 상장사들의 실적 반등이 아직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미·중 무역분쟁의 불확실성까지 고조되면서 증권가에선 당분간 위험관리에 나서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반도체뿐 아니라 자동차, 화장품, 면세점 그리고 화학, 철강 등 업종은 중국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가 빠르게 반영되고 있던 업종으로 중국 민감도가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며 “경기방어주나 내수주가 경기민감주나 수출주 대비 선방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이를 반영한 롱숏 전략 등의 실익이 크지 않고, 무역분쟁이라는 사안의 파급력을 감안해 당분간 현금 비중을 높이고 사안의 전개를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