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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바꼭질로 회의 시작…한국당 “왜 숨어서 하냐”
이날 사개특위는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당초 패스트트랙 처리 시한으로 합의했던 25일 이후 계속된 숨박꼭질로 시작했다. 당초 민주당 소속 이상민 사개특위 위원장은 오후 10시 본청 220호에서 사개특위를 개최하겠다고 공지했다.
이에 사개특위 소속인 백혜련 민주당 의원은 오후 10시 20분쯤 한국당이 회의장 앞에서 연좌농성 중인 220호를 찾아 “의원님들 길 좀 터 달라. 회의를 해야 한다. 이건 국회법 위반”이라고 물러설 것을 요청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사개특위 의원들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 회의실인 506호로 이동해 회의 개의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나경원 원내대표와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등 한국당 원내지도부가 이 소식을 듣고 곧장 506호로 갔지만 회의장 문이 열리지 않아 복도가 아수라장이 됐다. 한국당 의원들이 “왜 숨어서 회의를 하느냐. 뭐가 무서워서 이렇게 하느냐”고 강력 반발한 지 약 10분이 지난 뒤 회의실 문이 열렸고, 이 위원장은 오후 10시 50분쯤 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회의가 시작됐음에도 한국당 의원들이 “좌파독재·독재타도” 등을 외치면서 발언권을 얻은 의원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자 이 위원장은 “지금 회의를 하는데 심히 방해를 하고 있다”며 질서유지권을 발동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한국당 의원들의 항의는 계속됐고 이 위원장이 “다른 의원 발언에 대해 무안을 주고 그러면 지체 없이 패스트트랙 표결에 들어가도록 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에야 다소 소란스러웠던 장내가 진정됐다.
◇“불법 사보임”vs“회의 무효면 법대로 하라”
여야 의원들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패스트트랙에 대한 공방을 이어갔다.
사개특위 한국당 간사인 윤한홍 의원은 “국회 직원들이 한국당 위원들이 들어오는 것을 막았다”며 “여기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채이배·임재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불법 사보임을 해서 사개특위 구성에 문제가 있다”며 “이 회의 자체가 원천 무효다”고 날을 세웠다.
앞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사임 의사가 없는 자당 소속 오신환·권은희 의원을 사개특위에서 강제로 사임시켜 논란이 된 바 있다. 오신환 의원은 회의장에 끝까지 자리하면서 “불법 사보임이다. 발언권을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송기헌 민주당 의원은 한국당 항의에 대해 “220호에 갔는데 막혀서 회의를 할 수가 없었다”며 “그래서 장소를 옮기고 변경 공지를 하고 개방을 했다”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사보임 문제는 교섭단체 대표가 추천하게 돼 있다”며 “한국당 말처럼 사보임이 틀렸으면 이 회의가 무효인 것 아니냐. 법대로 하라”고 날을 세웠다.
◇18명 위원 중 한국당 제외 11명이 찬성표
한국당의 항의는 끝까지 계속됐지만 이 위원장은 패스트트랙 표결을 강행했고, 사개특위 위원 18명 중 한국당을 제외한 11명이 투표를 통해 찬성표를 던지면서 회의 개의 약 한 시간 만에 가결이 선포됐다. 패스트트랙은 상임위원 5분의 3 이상의 동의가 있으면 성사된다.
가결이 선포된 순간 민주당 의원과 보좌진 사이에서는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고 “자정 전에 끝냈으면 선방했다”는 말도 들렸다. 이 위원장은 “우리가 신속처리안건 처리 기간 내에 치열한 토론을 거쳐서 법안을 가다듬어줄 것을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산회가 선포된 뒤에도 회의장 밖에 누워서 “원천무효”를 외치면서 농성을 계속했다.
한편 사개특위는 여야 4당 합의대로 백혜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기존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법안과 함께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법안을 동시에 패스트트랙으로 성사시켰다. 권 의원이 발의한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공소제기 여부를 심의하고 의결하기 위한 기소심의위원회를 구성하는 내용을 담는 등 기존의 여권이 추진하던 공수처 안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