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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전략 다시 짜는 의류업계…“옷 대신 ‘문화’ 팝니다”

이성웅 기자I 2019.04.01 05:15:00

의류 판매 공간 줄이고 문화 공간 늘린 매장 잇따라
블랙야크 ''나우하우스'', LF ''스페이스H'' 등
온라인으로 판매 중심 넘어가며 오프라인은 브랜드 가치 공유에 방점

나우하우스 외관 (사진=블랙야크)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의류업계가 오프라인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매장을 단순히 옷을 파는 공간이 아닌 식음과 전시, 공연 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문화공간으로 꾸미고 있다. 브랜드에 대한 친밀도를 높이는 동시에 방문객의 체류시간을 늘려 실구매로 이어지도록 하는 전략이다.

31일 의류업계에 따르면 최근 블랙야크가 운영하는 친환경 의류 브랜드 ‘나우’는 서울 강남구에 플래그십 매장 ‘나우하우스’를 개장했다.

나우하우스가 일반 의류 브랜드의 플래그십 매장과 다른 점은 전체 300㎡(91평) 공간 중 의류 판매 공간이 1층 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나우는 매장 기획 단계부터 콘셉트를 ‘문화 공터’로 잡았다. 이에 1층을 예술 단체와 협업 전시공간과 카페, 서점으로 꾸몄다. 나우 편집숍도 1층에 들어섰다. 2층엔 미용실이, 3층 옥상은 나우와 블랙야크의 브랜드 콘셉트에 맞는 아웃도어 캠핑 존으로 꾸몄다.

LF(093050)는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 명동에 대표 브랜드 헤지스의 플래그십 매장 ‘스페이스H’를 열었다.

스페이스H 역시 판매보단 브랜드 콘셉트를 체험하고 브랜드의 가치를 국내외에 알리는 것에 목적을 둔 공간이다. 1200㎡(363평) 공간에 의류는 물론 책와 예술을 즐길 수 있는 공간에 카페와 정원까지 볼거리를 다양하게 마련했다.

특히, 1층에 위치한 북카페 ‘카페콤마’에선 각종 전시와 북콘서트 등을 개최한다. 개장 이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작가들을 초청해 북 토크와 대담회 등을 열고 있다.

지난해 12월 서울 명동 헤지스 스페이스 H에서 소설가 김영하의 북토크 행사가 열렸다.(사진=LF)
삼성물산(028260) 패션부문도 지난해 10월 프랑스 디자이너 브랜드 ‘메종 키츠네’의 독점 사업권을 확보하고, 신사동 가로수길에 플래그십 매장을 열었다.

메종 키츠네는 프랑스 전자음악 듀오 ‘다프트 펑크’의 매니저였던 길다 로에크와 일본인 건축가 마사야 구로키가 공동 창업한 음반 레이블이 만들었다. 이 때문에 메종 키츠네 매장은 의류는 물론 음악과 카페 등을 결합한 독특한 문화공간으로 꾸려졌다.

서울 매장에도 파리와 도쿄에 이어 전 세계 세 번째로 ‘카페 키츠네’가 들어섰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이 압구정 명품거리에 운영하고 있는 편집매장 ‘10꼬르소꼬모 서울’ 역시 비슷한 콘셉트로 운영되고 있다.

의류 판매 외에도 책과 전시 공간, 카페 겸 레스토랑을 갖춰놓고 방문객들의 체류시간을 늘리고 있다. 전시회도 꾸준히 개최하는데 현재는 세계적인 사진작가 헬무트 뉴튼의 사진전을 열고 있다.

이처럼 의류업계가 오프라인 공간에 대한 전략을 수정하는 이유는 점차 의류 판매 본연의 기능이 온라인으로 넘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11조893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6% 증가했다. 이 중 패션 관련 거래액은 36조1156억원으로 전년 대비 17.2% 증가했다.

이 때문에 오프라인 매장은 온라인과 달리 매출 발생 대신 오래 머물면서 브랜드를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편집매장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을 듣는 10꼬르소꼬모의 창립자 카를라 소짜니는 지난 20일 한국을 방문해 “온라인화는 피할 수 없는 대세다”라면서 “오프라인 매장은 단순히 판매가 아니라 가치를 공유하는 장소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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