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집값이 떨어진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의 올해 집값 전망은 하락 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 지난해 말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했던 전문가들도 연초 서울 집값이 큰폭으로 떨어지자 상승 전망을 거둬들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솔직히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부동산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라만 집값 하락을 예측할 만 하다.
“집값 상승 원천 차단”…규제 일변도 정책, 무리수
우선 정부의 규제 일변도 정책이 유지되고 있어서다. 집이 여러 채인 다주택자뿐 아니라 1주택자, 무주택자를 통해서도 시중 자금이 부동산에 최대한 흘러들어가지 못하게 하겠다는 게 정부 계획이다.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보유세, 양도세 등 세 부담을 확대한 것도 이 때문이다. 더구나 조금만 집값 상승 불씨가 살아날 기미만 보여도 사전에 원천차단하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다.
대내외적 경기 악화 우려도 시장 침체를 불러오는 요소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현상에 외국인 자금유출 등을 걱정하는 시각도 있지만 현재로선 정부가 기준금리를 당분간 올리지 못할 것이란 게 대체적 시각이다. 내수부진, 수출 위축 등 경기둔화 추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미·중 무역분쟁 우려도 수출경기 둔화를 염려하는 이유다. 경기가 둔화하면 자연스럽게 부동산 매매는 줄어들고, 집값은 하락한다.
급증한 가계 부채도 부동산시장엔 악재다. 1500억원이 넘는 상황에서 입주아파트 잔금과 맞물리면 부채는 증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정부의 규제 강화에도 부채가 증가한 이유가 이 때문이다.
거친 정책은 시장에 ‘火’…사회적 저항 불러
그렇지만 집값 상승을 막겠다고 대대적인 규제부터 하고 보는 건 능사가 아니다. 연초 집값 하락세가 가팔랐던 것도 정부의 이러한 거친 정책이 큰 몫을 했다.
정부는 올해부터 주택 공시가(토지는 공시지가)를 현실화(시세 대비 공시가 비율)하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토지나 단독주택 공시가를 시세(아파트는 실거래가)의 70%까지 올리겠다고 한 것이다. 특히 고가의 부동산은 당장 현실화율을 대폭 높이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안 그래도 지난해 나온 강도 높은 규제대책에 집값이 서서히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부동산 시장을 놀라게 했고,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집값 하락으로 이어졌다.
공시가 현실화가 아니더라도 지난해 집값이 올라 웃었던 유주택자들은 올해 그 웃음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할 판이다. 집값은 1년 전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지난해 집값이 올랐었다’는 이유만으로 공시가가 크게 올라 세 부담이 대폭 커졌다. 공시가 산정은 전년도 통계치를 기준으로 한다. 국토교통부가 이러한 상황을 사전에 예상하고 조금만 고민했다면 조세 형평성 실현이란 거창한 이유를 들어 사회적 저항을 부르는 미흡한 방안을 내놓진 않았을 것이다.
정부의 거친 부동산 정책은 이뿐이 아니다. 정부는 지난해 말 수원 팔달구와 용인 기흥·수지구를 조정대상지역으로 추가 선정했다. 문제는 정부의 주관적 잣대로 어떤 곳은 제외하고, 어떤 곳은 포함했다는 점이다. 같은 구에서도 집값이 오히려 떨어진 곳까지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여 소비자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앞으로도 걱정되는 것이 한둘이 아니다. 이 중 가계 부채와 연관된 대출 규제다. 올해 입주예정 아파트가 38만 가구에 이르는데, 정부가 가계 대출 확대를 우려해 규제를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잔금 대출을 받지 못해 급매물로 내놓거나 계약을 포기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부동산시장을 안정화하겠다는 정부 목표가 성공하려면 좀 더 세밀하게 시장을 점검하고 여기에 맞는 현실적 방안이 내놔야 한다. 현미경 처방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