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차권 양도와 전대차계약의 법리
임차권의 양도란 임차권의 동일성을 유지하면서 제3자에게 그대로 이전하는 계약을 말하고, 임차권의 전대란 임차인이 임차한 부동산에 대해 자신이 임대인(전대차계약에서 ‘전대인’이라 한다)이 되어 다시 제3자(전대차계약에서 ‘전차인’이라 한다)로 하여금 사용, 수익하게 하는 계약을 말한다.
임차인은 원칙적으로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야만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를 임대인에게 주장할 수 있다(민법 제629조). 따라서,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무단으로 양도 또는 전대한 경우, 그 제3자는 임차권의 양수 또는 전차를 가지고 임대인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다만,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당사자간의 특약으로 동의 요건을 없앨 수도 있다.
임차인이 양도 또는 전대시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야 함에도 무단으로 양도 또는 전대시, 임대인은 기존 임차인을 상대로는 임대차계약해지에 기한 명도소송을 하고, 임차권의 양수인 또는 전차인을 상대로는 불법점유에 기한 인도청구를 할 수 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임차권 양수도계약서, 전대차계약서 등에 임대인의 동의란을 기재하고 서명 또는 날인을 받거나, 임대인이 별도로 작성한 동의서를 받는 것이 좋다. 기존 임차인(임차권의 양도인)은 임차권의 양수인, 전차인을 위하여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줄 의무가 있으므로(대법원 85다카1812 판결), 임차권의 양수인, 전차인은 나중에라도 기존 임차인에게 임대인의 동의를 받아달라고 요구하고, 만일 동의가 안되면 이것을 사유로 계약 해지가 가능하다.
임차권의 양도에 있어 임대인의 동의를 얻은 경우, 임차인은 기존의 임대차계약에서 벗어나고 임대인과 양수인 사이에 임대차관계가 계속되며, 임대차보증금반환 관계도 마찬가지다. 다만 기존 임차인이 임대인에게 부담했던 연체차임채무 또는 손해배상채무는 이전되지 않는다.
임차권의 전대에 있어 임대인의 동의를 얻은 경우,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에 종전의 관계가 계속 유지되고, 임차인(전대인)과 전차인 사이에 별개의 새로운 임대차계약이 발생한다.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임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고, 전차인은 임차인(전대인)에게 임대료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 또한, 임대인과 임차인의 합의로 계약을 종료하더라도, 전차인의 권리는 소멸하지 않는다(제631조).
◇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되는지 문제되는 사례
임대인의 동의 없이도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가 가능한 경우가 있다. 민법 제629가 임대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취지는 임대인의 동의 없이 제3자에게 임차물을 사용, 수익시키는 것이 임대인에게 임대차관계를 계속시키기 어려운 배신적 행위가 될 수 있어서 임대인으로 하여금 일방적으로 임대차관계를 종료시킬 수 있도록 함에 있으므로,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가 당사자간의 인적 신뢰관계를 파괴하는 배신행위가 아니라고 인정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임차권의 양수인 또는 전차인은 임대인에게 대항할 수 있다.
판례에 의하면, 임차권의 양수인이 임차인과 부부로서 임차건물에 동거하면서 함께 가구점을 경영하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임차권 양도에 임대인의 동의가 없어도 되는 특별한 사정에 해당한다고 하였다(대법원 92다45308 판결).
최근 공유경제의 일환으로 유행하고 있는 셰어 하우스, 공유오피스, 샵인샵 등의 경우, 소유자로부터 직접 임차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전대차계약의 형태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임대차계약서에 ‘임차권 전대시 임대인의 동의를 요구하는 규정’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해당 규정이 있다면, 위와 같은 형태의 전대차계약시 임대인의 동의 요건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한편, 민법은 “건물의 임차인이 그 건물의 소부분을 타인에게 사용하게 하는 경우에는 민법 제629조(임차권 양도 또는 전대시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규정)를 적용하지 아니한다”는 취지로 규정하고 있어(제632조), 소부분을 양도하거나 전대시에는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 없다고 해석될 수도 있다.
그러나, 위 규정은 강행규정이 아니므로, 당사자간의 약정으로 배제가 가능한데, 현재 많이 사용되는 임대차계약서를 보면,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위 부동산의 용도나 구조를 변경하거나 전대, 임차권의 양도 또는 담보제공을 하지 못하며 임대차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고 규정되어 있으므로, 소부분이라도 민법 제632조의 규정을 배제하고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에 임대인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약정한 경우가 대부분일 것이다.
따라서,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작성된 임대차계약서에 임차권의 양도 또는 전대에 임대인의 동의를 요구하고 있다면, 비록 소부분을 양도 또는 전대하더라도 임대인의 동의 요건을 준수해야 한다.
한편, 임대차계약서에 통상적으로 있는 문구인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차권을 양도 또는 담보제공하지 못한다.’고 약정한 경우, 위 약정의 취지가 임차권의 양도를 금지한 것 외에 임대차계약에 기한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의 양도까지 금지한 것으로 볼 수 있지에 대해, 판례는 “위 약정의 취지는 임차권의 양도를 금지한 것이지, 임차보증금반환채권의 양도를 금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대법원 2012다104366 판결). 따라서, 임차인은 임대인의 동의 없이 임대차보증금반환채권을 양도할 수 있다.
다만, 채권양도시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통지하거나 채무자의 승낙이 있어야만 채무자에게 대항할 수 있고, 채무자 외의 제3자에게 대항하기 위해서는 내용증명 우편 등 확정일자 있는 증서로 통지를 하거나 승낙을 받아야 함을 유의해야 한다(민법 제450조).
☞김용일 변호사는?
-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졸업
- 사법연수원 34기(사법고시 2002년 합격)
- 법무법인 현 파트너 변호사
- 법무법인 현 부동산/상속팀 팀장
-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부동산전문변호사
- 대한변호사협회 공식 인증 상속전문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