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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부터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직장인 이모(35)씨는 요즘 증시만 보면 한숨이 나온다. 주식투자로 이렇게 손실을 본 게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는 정말 잊고 싶은 한해가 될 것 같다며 푸념했다.
연초만 해도 코스피가 3000선까지 갈 것이라는 장미빛 전망 일색이었지만, 국내 증시는 올 들어 고점대비 20%넘게 폭락하며 약세장으로 접어들었다. 부품 꿈을 안고 주식투자에 나섰던 개인투자자 대부분이 마이너스 수익률에 울상이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코스피)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31% 하락한 2028.01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1월 29일 올해 장중 고점(2607.10)을 찍었을 때보다 22.21% 하락했다. 코스닥지수는 전일대비 0.60% 하락한 665.74에 거래를 마쳐, 1월 30일 기록한 올해 고점(932.01)보다 28.57%나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검은 달’로 불렸던 10월에는 코스피지수 2000선이 붕괴되면서 그야말로 패닉 장세를 연출했다. 10월 한달간 외국인이 코스피와 코스닥 합쳐 4조6000억원 가량 순매도할때 개인은 1조7500억원 순매수하면서 매물을 받아냈다. 그 이후에도 증시는 내리막길을 걸어 개인투자자들은 결국 저가매수가 아닌 떨어지는 칼날을 잡은 격이 됐다.
코스피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005930)는 액면분할을 통해 국민주로 탈바꿈했지만, 주가는 영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 17조5749억원의 역대 분기 최대 실적을 내고도 실적 고점 및 반도체가격 하락 우려 등으로 주가가 연초 5만원에서 현재 3만원대로 떨어졌다. 돈스코이호로 대변되는 보물섬주 등 테마주가 기승을 부린 가운데 이에 편승한 개인투자자들은 허상만 쫓다가 손실을 입었다. 기업공개(IPO)를 통한 공모주 시장에서도 눈에 띌만한 대형 종목들이 사라져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양기인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올 1분기에 대북관련 주식들이 급등했고, 2분기에 바이오주들이 급등하면서 상반기 주식시장이 좋은 것처럼 착시를 줬을 뿐 시황이 좋았다고 평가하기 어렵다”며 “개인투자가들이 피해를 입은 이유 중 하나는 깡통 테마주에 투자했기 때문인데 테마주는 기업가치, 펀더멘털 등을 평가하기 어려워 10번 중 9번은 수익을 올렸더라도 1번 투자실패로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