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탄올 워셔액의 인체 유해성이 최근 대중에 알려지면서 그동안 자동차업계의 내수용과 수출용의 품질 역차별 논란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는 메탄올 워셔액 사용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나 규제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입차는 국내 법규를 떠나 인체 유해논란이 없는 에탄올 워셔액을 사용해 왔다는 점에서 국산차 브랜드 스스로 이를 먼저 인지하고 국내 소비자의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 해외와 비교 시작한 한국 소비자 “역차별은 노(No)”
내수용 자동차 역차별 논란이 본격적으로 점화한 건 2013년이다. 그해 10월 공정거래위원회 국정감사에선 에어백 차이를 비롯한 옵션과 가격, 서비스 등 국산차의 국내와 미국 소비자 차별 문제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2000년 이후 국내 소비자를 중심으로 제기돼 온 문제가 본격적으로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이다.
같은 해 현대·기아차가 미국에서 연비 과장 논란과 관련해 1000억원대의 벌금과 4000억원대 보상금을 지급기로 한 데 대해서도 국내 소비자의 반발은 이어졌다. 현대차는 결국 국내에서도 문제가 된 일부 차종에 한해 최대 40만원의 보상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현대차·한국GM·쌍용차 등에 대한 소비자 연비 소송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아우디·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을 둘러싼 소비자의 불만 역시 미국과 국내에서의 다른 대처를 시장 규모에 따른 ‘차별’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폭스바겐은 최근 미국에서 17조원 규모의 천문학적인 배상에 합의한 반면 국내에서는 조작 사실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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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기업 여건과 각국 법률 차이를 핑계로 역차별이 있어왔던 건 공공연한 사실”이라며 “소비자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고 해외 정보 접근성이 높아짐에 따라 국내에서도 미국 같은 소비자 선진국과 동등한 대우를 받기를 요구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 기업 여전히 해외-국내법 차이 ‘핑계’… 소비자 보호법 강화해야
역차별 논란 후 많은 기업이 강해진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해 정책을 바꾸고 있다. 현대차(005380)는 지난해 3월 블로그에 ‘오해와 진실’ 코너를 만들고 고객 앞에서 쏘나타 내수-수출용 차 충돌 시연을 하는 등 적극적인 논란 해소에 나섰다. 그러나 적잖은 기업이 여전히 법 차이를 핑계로 국내 소비자를 역차별하는 게 현실이다.
국산차가 메탄올 워셔액의 인체 유해성 논란에도 에탄올 워셔액의 높은 단가 등을 이유로 교체하지 않는 것도 관련 법규가 없기 때문이다. 옥시가 법적 차이를 이유로 국내에서만 유해 화학물질을 사용한 제품을 판매해 온 것과 마찬가지다. 이케아도 최근 아동 사망사고를 일으킨 서랍장에 대해 북미에서는 리콜하고 국내에서는 환불 조치만 했다.
실제 북미 같은 소비자 선진국과 비교하면 국내 관련 법규는 여전히 뒤처져 있다. 미국에선 해당 기업이 수천억원대를 배상키로 한 연비 과장도 국내에서는 최대 10억원의 과징금에 그쳤다. 상한선을 10억원으로 규정한 관련 법규 때문이다.
정부와 국회도 뒤늦게 소비자보호 관련법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는 노력을 시작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피해액의 최대 3배까지 배상토록 한 한국형 징벌적 배상법을 발의했다. 권석창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일 결함 신차의 교환·환불을 더 쉽도록 한 ‘한국형 레몬법’(자동차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내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정부도 기업도 소비자를 위해 존재함에도 현재는 소비자가 보상은커녕 아무런 잘못 없이 책임까지 떠안고 있는 게 현실”라며 “소비자법을 기업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옮겨갈 수 있는 제도적 구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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