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히는데 공급 봇물…지방 아파트의 '잠 못 이루는 밤'

김성훈 기자I 2016.04.25 05:00:00

가계대출규제 내달 지방으로 확대·시행
지방 아파트값 11주 연속↓+미분양 10달새 123%↑
총선 기다린 건설사들 대규모 분양 예고
"인기 지역만 상승…시장 양극화 우려"

△정부의 가계 대출 규제가 다음달 지방으로까지 확대 시행되면서 지방 주택시장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대구 북구에 빼곡히 들어선 아파트 단지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지난 2월 서울·수도권부터 시행된 금융권의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가 다음달 2일 지방으로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주택시장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미 지방 아파트값이 11주 연속 내림세인데다, 미분양 물량도 1년 새 2배 넘게 증가한 상황에서 대출 심사까지 깐깐해지기 때문이다. 더구나 4·13 총선이 끝나기를 손꼽아 기다려온 건설사들이 대규모 분양을 계획하고 있어 미분양 공포에 대한 우려감도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앞으로 지방 주택시장은 새 아파트 수요가 여전한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간 양극화 현상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 의견이다.

◇미분양 10개월 새 두 배 넘게 늘어

지방 주택시장은 코앞으로 다가온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벌써 얼어붙은 모습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을 제외한 지방 아파트값은 2월 둘째 주 이후 11주 연속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지방 분양시장을 이끌었던 대구지역 아파트값이 1분기(1~3월)에만 0.87% 내리며 전국에서 가장 높은 하락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충남지역이 0.72% 떨어졌고 인근 경북지역(-0.67%)도 큰 폭으로 내렸다. 이 때문에 전국 178개 시·군·구 가운데 전주 대비 하락세를 보인 지역은 49곳에서 65곳으로 한 주새 32%(16곳)나 늘었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지난해 수백 대 일로 분양을 마친 아파트 분양권에 차익을 노리는 투자 수요가 많았지만 요즘은 10분의 1로 줄었다”며 “수천만원씩 붙었던 아파트 분양권의 웃돈도 지금은 거의 다 빠진 상태”라고 말했다.

지방 아파트값이 속절없이 떨어지자 수요자들의 새 집 장만 움직임도 신중해지면서 미분양 물량도 거침없이 늘어났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4월 지방 미분양 주택은 1만 3583가구였지만 올해 2월에 3만 132가구로 10개월 새 123%(1만 6729가구)나 급증했다.

◇총선에 밀린 분양 물량 쏟아져 나와

살얼음 가득 낀 분위기 속에서도 건설사들은 도리어 지방 아파트 분양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 분양 일정을 3주 가까이 미뤄온데다 향후 시장 상황을 장담할 수 없어서다. 부동산 인포에 따르면 오는 6월까지 전국에서 일반 분양을 앞둔 아파트는 총 12만 5239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5%나 늘어난 수치로 지방에서만 아파트 5만 3753가구가 쏟아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가을 이후 분양시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불투명하기 때문에 6월 전으로 분양 일정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투자 자문부 팀장은 “분양시장 호황으로 기존 아파트값까지 끌어올렸던 지방 주택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며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가 본격화되면 지방 주택시장의 침체 국면이 생각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지영 리얼투데이 리서치 실장은 “수요층이 두터운 지방 광역시 일부 지역의 아파트값만 유지되고 나머지는 가격이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깊어질 수 있기 때문에 주택 매매나 청약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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