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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칼럼] 기업도 저출산·고령화 해법 내놔야

김민구 기자I 2016.01.21 03:10:01
[이장원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쓰나미가 잔잔한 바다 너머에서 조용히 몰려오다가 육지를 휩쓸고 갔다. 쓰나미에 대한 경고음이 계속 울리는 데 강건너 불구경하듯 쳐다본다.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저출산과 고령화의 재앙적 위협도 마찬가지다. 국가가 이들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깨닫고 10여년 동안 온갖 처방과 대책을 내놨지만 결과는 1.19명이라는 세계 최저 출산율과 급격한 고령화다. 이대로는 국가나 사회, 경제가 지속가능한 성장을 일궈낼 수 없다는 점은 모두 알고 있다. 그런데 모두의 문제는 누구의 문제가 아니라는 듯 팔장만 끼고 있다.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흔히 강조되는 것이 출산, 양육비 지원, 주택·교육·일자리 등 사회적 인프라의 강화다. 그리고 이 모두가 막대한 재정과 예산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주로 정부가 해결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그러나 현대 자본주의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주체는 정부만이 아니다. 기업이 국가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정부에 버금가거나 때로는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저출산·고령화 대책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관련 정책을 세우면 그에 따라 출산·육아 휴가와 휴직을 주고 정부가 인증제도를 세우면 가족친화적 프로그램들을 도입해 정책을 도와주는 역할은 기업의 몫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의 해결은 국가는 물론 기업도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얘기다. 저출산이 심화되면 기업들은 회사 운영에 필요한 인력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소비자 계층도 감소하게 될 것이다. 이는 장기적으로 볼때 기업 운영에 위기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에 따라 기업과 사회가 저출산을 극복할 공유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이를 위한 현명한 전략이 절실하다.

기업과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가치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재육성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청년실업률이 9.2%에 달해 99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놀라운 사실은 이처럼 높은 실업률에 수많은 청년들이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고 학원가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사실은 어렵게 취업한 일자리에서 청년 10명중 6명이 15개월 이내에 사표를 내고 나온다는 점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일할 사람이 얼마든지 많으니 이런 수치가 큰 위기감으로 다가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점은 청년들이 일자리에 좀처럼 정착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가정이나 개인의 여가 생활이 여의치 않는 우리 기업문화에서 청년들이 결혼하거나 아이를 잘 키운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느끼는 분위기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똑똑한 청년들이 기업보다는 관료제의 엄격한 우산 아래에서 자신의 품위를 최소한이나마 지킬 수 공무원으로 발길을 돌리는 것이다.

기업이 처음 등장했을 때에는 기업과 구성원간의 관계가 엄격한 위계질서와 수직적인 문화를 보여왔다. 그러나 현재 전세계 일류 기업들은 더 이상 권위적이거나 일방적인 지시를 하는 방식으로 사내 인력을 관리하지 않는다. 오늘날 고학력에다 풍요로운 시대적 배경과 민주적인 가정질서에서 성장한 청년들은 유연하게 일하고 직무간 효율적인 흐름이 이뤄지도록 관리하는 경영기법을 선호한다. 개별 직무상 책임을 분명히 정하고 월 단위 직무수행 일정을 사전에 수립하고 성과가 보장되면 재택근무를 권장하는 선진국 기업들에게서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직면한 우리가 해법을 찾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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