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수도권 낙찰가율 열달만 80%대 급락
이달 평균 응찰자수도 7.5명…연중 최저치
중소형 아파트까지 분양가 이하 헐값 낙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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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지금부터 입찰을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2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입찰 법정 안. 집행관이 경매 시작을 알렸지만 법정 내 210개 좌석은 대부분 텅 비었고 불과 10여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물건명세서를 확인하고 입찰표를 써내는 1시간 동안 법정에 들어선 경매 참여자는 약 30~40명 선에 그쳤다. 이날 4건의 아파트가 입찰에 부쳐졌지만 강남구 일원동 우성7차 전용면적 83.69 ㎡형짜리만 단 한 명이 나서 겨우 낙찰됐다. 낙찰 물건 8개 중 단독 입찰한 경우가 절반에 달했고, 물건당 응찰자 수는 1.5명 선에 불과했다. 정부가 내년 2월부터 주택담보대출 규제 시행을 결정한데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가 금리 인상까지 단행하면서 경매 수요가 빠르게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응찰자 줄고 중소형 아파트 낙찰가 하락세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에 매서운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최근 들어 입찰자가 눈에 띄게 줄고 낙찰가율(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은 80%대로 주저앉았다.
23일 부동산경매 전문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들어 22일 현재 서울·수도권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은 89.5%로 전월(93.3%) 대비 3.8%포인트 하락했다. 이 지역 아파트 경매 낙찰가율이 80%대로 떨어진 것은 지난 2월(88.9%) 이후 10개월 만이다. 또 입찰경쟁률을 나타내는 평균 응찰자 수는 물건당 7.5명으로 전달(8.7명)보다 1.2명이나 줄어 연중 최저치를 나타냈다.
경매시장이 급속히 냉각되면서 전용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도 분양가 이하 수준에 헐값 낙찰되고 있다. 불과 2~3주 전까지 시세보다 싸면 처음 경매에 나온 신건까지 응찰자가 몰렸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서부지법에서 지난 15일 입찰 신청을 받은 은평구 응암동 ‘백련산힐스테이트1차’ 전용 84.42㎡짜리 아파트(13층)는 2번 유찰된 뒤 경매에 나왔다. 이 물건의 감정가는 4억 4000만원으로 최저입찰가는 반값인 2억 2253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평균 매매가(4억 7000만~4억 8000만원)는 물론 분양가(3억 8670만원)보다도 1억 6000만원이나 싼 가격이다. 그러나 단 1명만 응찰해 분양가 이하인 3억 111만원에 팔렸다. 인천지법에서 3일 경매 진행된 인천 서구 오류동 ‘검단오류풍림아이원’ 아파트(전용 84.98㎡·11층)도 한번 유찰되면서 최저입찰가가 1억 8060만원으로 떨어졌다. 올해 응찰자가 구름같이 몰렸던 소위 ‘1억원 대 전셋값’ 아파트였지만 역시 1명만 입찰해 감정가(2억 5800만원)의 78% 수준인 2억 103만원에 낙찰됐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소장은 “미국 금리 인상과 대출 규제 등이 경매 물건 수 자체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수요자들에게 끼칠 심리적 여파는 클 수밖에 없다”며 “경매는 매매보다 대출 의존도가 높은 탓에 이달 하순부터는 시장이 본격 조정 국면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수요 몰리던 고가 중대형 아파트도 ‘된서리’
주택시장이 활황이던 2006~2007년 고점 수준까지 가격을 회복하며 시세 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가 대거 입찰에 나섰던 고가 중대형 아파트 경매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이달 들어 입찰자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낙찰가율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이달 15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한번 유찰 뒤 경매에 부쳐진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1차’ 아파트(전용 174.67㎡·12층)는 2명만 입찰표를 써내 감정가(25억 2000만원)보다 3억원 이상 낮은 가격인 22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또 8일 서울남부지법에서는 양천구 목동 ‘현대하이페리온’ 전용 187.68㎡짜리 아파트(52층·유찰 1회)가 시세보다 2억원이나 싼 감정가(13억원)에 경매로 나왔지만 정모씨가 단독 응찰해 11억원에 낙찰받았다. 경기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14일 경매된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로얄팰리스’ 전용 244.15㎡짜리 아파트(14층·유찰 1회)의 경우 2명만 입찰해 감정가(16억 9000만원)보다 4억원 가량 싼 12억 9900만원에 팔리기도 했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서울·수도권의 경우 이달 중순 이후 낙찰받는 물건은 잔금 납부기간을 감안하면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대출 규제의 적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며 “내년 봄까지 시장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여 입찰에 신중을 기하고 응찰 가격도 최대한 보수적으로 써내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