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첫 환자 확진 후 열하루나 지났으니 이 역시 늦장대응일 뿐이다. 2년 전에 만든 메르스방역대책반은 도대체 뭘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새 환자는 15명으로 늘었고 한 환자는 홍콩을 거쳐 중국에 출장 갔다가 현지에서 확진 판정을 받기도 했다. 언젠가 메르스가 미국에 올 것으로 예상하고 첫 환자가 병원을 찾자 여행력을 파악한 뒤 곧바로 격리 조치해 추가 확산을 막은 미국 방역 당국과는 천양지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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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는 경제에도 치명적이다. 소비 부진으로 고전하는 국내 경제에 요우커(遊客·중국인 관광객) 등 ‘가뭄의 단비’로 등장한 관광이 직격탄을 피하기 어렵다. 메르스 환자를 격리하지 않고 출국시킨 정부 당국에 중국과 홍콩이 반발하는 등 외교 마찰도 우려된다. 정부는 더 이상 말뿐인 ‘국가적 역량 집중’으론 안 된다. 이런 맥락에서 오늘 열리는 당정 대책회의는 국민에게 확신을 주는 조치들을 내놔야 한다.
유언비어 차단도 그중 하나다. 메르스 자체보다 유언비어가 더 큰 사회 혼란을 초래할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SNS에는 지금 ‘밖에선 양치질도 안 된다’ ‘치사율이 90%다’ ‘숨만 쉬어도 메르스에 걸린다’ 등 온갖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당국이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고 해서 유언비어를 차단하지 말라는 정치권 일각의 주장은 무책임의 극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