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따뜻해지면 본격적으로 아기들의 활동 무대가 넓어진다. 사실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겨울은 꽤나 힘겹다. 바깥 날씨가 외출할 엄두가 안날 정도로 춥기 때문이다. 그나마 놀이터에라도 가야지 시간이 잘 가는데 그마저도 겨울은 예외다.
이제 봄이 왔으니 본격적으로 아기와 함께 하는 여행 계획을 짤 것이다. 여행지와 숙소, 먹거리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주의할 점은 아기가 없을 때의 여행과 아기를 동반한 여행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이다.
사실 어린 아기를 동반한 여행은 부모 입장에서는 쉼이 아닌 극기훈련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해변이 보이는 테라스에 앉아 우아하게 커피를 마실 생각일랑 진작 접어두는게 좋다.
4~5번이나마 아기와 함께한 미약한 경험을 바탕으로 초보 부모에게 주는 여행 팁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숙소는 이동거리, 취사여부 따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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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데리고 처음 간 여행지가 제주도였다. 나름 아기를 위한 배려랍시고 최고급 호텔로 숙소를 잡았다. 유모차와 아기욕조 등 용품 대여목록은 훌륭했고, 호텔 뷔페에는 이유식 코너까지 마련돼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콘도나 펜션에서 묵을걸 후회했다. 객실 내 취사가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아기가 배고파할 때 포장해온 이유식이라도 데워먹일래도 전자레인지조차 없는 객실은 답답하기만 했다. 최고급 수영장과 놀이시설은 돌도 안된 아기에겐 30분도 채 머무르지 못하는 그림의 떡이었다.
이동거리와 수단도 중요하다. 제주도는 비행기를 타고도 중문까지 한시간 정도 더 차를 타고 들어가야 한다. 어른에게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아기들에게는 상당히 길게 느껴질 수 있다.
게다가 렌터카 업체에서는 카시트를 대여해주지 않았다. 1시간 가량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기를 안고 차를 찼더니 숙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녹초가 됐다.
여행지를 정하기 전 아기와 함께하기 좋은 곳인지 미리 검색해보길 바란다. 지극히 개인적인 경험이지만 아기와 초보 엄마·아빠 단 세 식구만 가는 장거리 여행은 돌 이후에 가는 게 속편하다.
◇바베큐와는 당분간 이별을 고하라
여행의 백미는 모름지기 야외에서 구워먹는 노릇노릇한 고기가 아닐까 싶다. 어떤 종류든지간에 여행지에서 먹는 고기는 늘 맛있다.
나는 야외 바베큐가 불가능하다면 맛집을 찾아서라도 반드시 고기를 구워먹어야 직성이 풀렸다. 그러나 아기를 동반한 여행과 고기는 썩 어울리는 조합이 아니라는걸 몇 번의 경험을 통해 깨달았다.
우선 아기와 함께 외식을 한다는 것 자체가 제대로된 고기맛을 음미하기 힘들다. 기본적으로 아기는 가만이 앉아있질 못한다. 부모가 번갈아가며 아기를 보고 나머지 한 명이 밥을 먹어야 하는 구조다.
고기는 굽자마자 먹어야 가장 맛있는데 아기가 있으면 엄마나 아빠 둘 중 누구 하나는 식어서 딱딱하진 고기를 먹어야만 한다. 잘 구워진 고기를 먹는 쪽도 마음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빨리 먹고 바톤터치를 해줘야 한다는 생각에 고기가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알 수 없다.
숙소에서 직접 구워먹는 것도 고난이도다. 고기굽고 야채씻고, 찌개를 끓이는 모든 과정이 예전에는 분명 재밌던 추억이었는데 아기와 함께 하니 뭐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아이에게 기름이라도 한 방울 튀면 응급실로 뛰어야하니 말이다.
결국 나와 남편은 숙소에서 삼겹살 한 번 구워먹다 서로에게 짜증만 내고 끝났다. 당분간은 아기랑 셋이 놀러와서 고기는 굽지 않기로 굳게 다짐했다.
◇힐링을 원한다면 대가족을 구성하라
어린 시절 여행을 가면 엄마는 늘 엄청난 양의 짐을 챙기셨다. 쓸데없이 무겁게만 느껴졌던 엄마의 가방은 여행지에서 늘 빛을 발했다. 자식들이 어떤 것이 필요할 것인지 미리 파악하는 지혜가 담겨있었기 때문이다.
아기와 함께 하는 힐링 여행을 원하다면 엄마찬스를 이용하는게 최고다. 분명 시댁이나 처가 식구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아기를 돌보는 손이 늘어날수록 여행의 질은 높아진다.
단란한 세 식구가 떠나는 오붓한 여행? 어린 아이와 초보 부모가 가는 여행은 결코 오붓하지도 낭만적이지도 않다. 여러 명이 떠나는 여행일수록(바꿔 말하면 아기를 봐줄 사람이 많을수록) 즐거운 여행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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