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 3일 뒤인 25일 중국 캉딩현에선 규모 5.8의 지진이 또 발생했으며 일본 구마모토현의 아소산은 이날 마그마 분화를 시작해 지금도 여전하다. 규모 6의 지진은 지난 1945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의 위력에 맞먹는다.
최근 동북아시아에서의 연이은 지진과 화산은 두께 60~120km의 ‘판’(plate·지각과 맨틀의 최상부로 구성된 암석권 조각)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계면 지역에서 발생한 것이다. 판의 경계면 지역은 지진과 화산이 발생하는 주된 지역으로, 앞으로 판의 활동이 활발해지면 대지진 등 대형 자연재해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북아 지역의 판의 활동이 활발해졌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분명히 선을 긋지만, 연이은 조산활동에 대해선 향후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아울러 ‘지진 안전지대’로 불리는 한반도에서도 올 들어 강진이 발생하는 등 심상치 않은 조짐들이 보여 지진이 더 이상 남의나라 얘기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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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직이는 10여개 판의 충돌..지진·화산의 원인
과학자들은 지진과 화산 등을 ‘판 구조론’(Plate tectonics)을 통해 설명한다. 지질학의 주류이론인 판 구조론에 따르면 지구 내부의 가장 바깥은 판들로 구성된 ‘암석권’과 점성이 있는 맨틀(mantle)로 구성된 ‘연약권’ 등 두 개 층으로 이뤄져 있다.
암석권을 이루는 조각들인 판은 연약권 위를 떠다녀 이동하면서 서로 부딪힌다. 이 때 밀도가 높은 한 판이 밀도가 낮은 다른 판의 밑으로 들어가는 섭입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응축된 엄청난 에너지가 단층에서 분출(지진)하거나, 열을 발생시켜 지표 내 암석을 녹이고 분출(화산)시킨다. 판 운동의 원동력은 맨틀의 대류 운동이다.
지구의 판은 아프리카판과 남극판, 코코스판, 나즈카판, 남미판, 인도-오스트레일리아판, 필리핀판, 유라시아판, 북미판, 태평양판 등 10여개로 구성돼 있다.
일본의 경우 태평양판(동)과 유라시아판(서), 필리핀판(남), 북미판(북) 등 4개 판이 맞닿은 경계에 위치해 있다. 일본에서 지진과 화산활동이 항상 활발한 이유이다.
한반도는 대륙판인 유라시아판의 내부에 있어 판 운동의 직접적 영향을 받지는 않는 편이다.
◇최근 동북아 지진·화산, 판 경계서 모두 발생..日 ‘난카이 해구’ 주목
중국 캉딩현 지진의 경우 인근 티베트 지역에서 인도판이 북진해 유라시아판과 충돌하면서 시작했다. 두 개 판의 충돌 때 엄청난 힘이 티베트 지각을 밀어내고 이는 쓰촨성을 관통하는 총 길이 500여㎞의 활성단층인 룽먼산 단층을 자극해 지진을 일으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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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나가노현은 북미판과 유라시아판 경계지역이다. 일본 지진 조사위원회는 이 지역에서 가미시 단층의 일부가 어긋나 지진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일본 아소산은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하강해 만들어졌다. 또한 지난 9월 분화한 일본 나가노현 온타케산의 경우 태평양판이 유라시아판 밑으로 들어가 형성됐다.
때문에 일본에서는 온타케산 분화 당시 282km 떨어진 후지산의 화산폭발 가능성에 모든 관심이 쏠렸다. 후지산은 온타케산과 형성 이유가 같아 온타케산 분화가 후지산에 응력을 가하는 등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에선 규수 앞바다에서 도쿄 부근 시즈오카현 스루가 만까지 펼쳐진 난카이 해구(海溝)가 지진발생 위험이 가장 큰 것으로 지목된다. 30년 이내 규모 8이상의 지진확률이 70%이다. 이 해구는 필리핀판이 유라시아판 아래로 들어가면서 만들어졌다.
지질 전문가들은 그러나 앞으로 더 큰 지진이나 화산의 발생 가능성에 대해선 언급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윤수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지진 전조를 판단할 수 있는 관측장비를 아직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지진이나 화산을 예측하려면 실제 일어나는 곳에서 정보를 얻어야 가장 정확한 데 아직은 현대 과학으로도 답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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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과 화산이 판의 경계에서 대부분 일어나는 만큼 판의 내부에 있는 한반도는 여기서 완전히 자유로울까.
유라시아판의 경우 남쪽의 인도판과 동쪽의 태평양판에서 각각 에너지를 받고 있고 이 에너지가 판 전체에 퍼지고 있어 활성단층 등 내부의 약한 고리에선 불시에 발산될 수 있다.
홍태경 연세대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는 지난 1976년 중국 당산 대지진을 언급하며 “한반도가 유라시아 판 내부에 있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며 “지진이 발생했던 곳을 중심으로 다시 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산 대지진은 규모 7.8로 유라시아판 내부인 중국 탄루 단층대(산둥반도에서 만주를 거쳐 연해주에 이름)에서 발생했다. 공식적으로 25만여명, 비공식적으론 65만여명이 사망했다.
실제 한반도에선 올해 4월 충남 태안군 서격렬비도 서북서쪽 100km 해역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해 수도권에서도 창문과 침대가 흔들릴 정도였다. 이번 지진은 지난 1978년 국내 지진관측 이후 4번째로 큰 규모이다.
기상청은 공식 자료를 통해 “서해해역뿐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서 규모 5 정도의 지진이 언제라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과거 2000년간의 지진발생 기록을 보면 규모 6 정도의 지진이 발생한 사례가 있어 이 정도 규모의 지진도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건물 내진설계 강화 등 지진 대비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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