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습적인 고액 체납자가 급증하고 있는데도 세무 당국은 거의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지난 6월 말 현재 국세를 체납한 인원은 모두 73만 2903명에, 체납액은 7조 2584억원에 이르렀다고 한다. 이 가운데 1억원 이상 체납자는 6925명(3조 2049억원)으로, 10억원 이상 체납자는 330명(1조 7533억원)으로 각각 집계됐다. 여기에 지방세 체납분까지 감안하면 그 규모는 훨씬 더 늘어나게 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요인을 감안하더라도 부유층의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호화 아파트에 거주하며 남보란 듯이 외제차를 타면서도 고의적으로 세금을 체납한 경우도 없지 않을 것이다. 지역적으로 서울의 대표적인 부자 동네에서 체납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러한 정황을 말해준다. 서초세무서 관할에서 체납액이 8715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삼성·역삼·반포·강남세무서도 나란히 체납 10위권에 포함됐다니 도대체 무슨 심보들인지 모르겠다. 실제로 체납 법인들 중에서 벤츠나 아우디, BMW 등 고급 외제차를 몇 대씩이나 굴리는 경우도 적발됐다.
재산이 없다면 도리가 없겠지만 이리저리 숨겨놓고도 세금을 회피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면밀한 추적이 필요하다. 부동산 신탁이나 친인척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고 타인 이름으로 사업장을 운영하는 등 재산 은닉의 수법도 갈수록 교묘해지는 추세다. 집안 금고에 5만원권 다발을 쟁여놓고 명품 구입과 해외여행을 즐기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심지어 위장 이혼이나 해외 이주로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거나 체납하는 경우도 등장하고 있다.
탈세 및 체납과 관련한 부유층의 몰염치는 월급에서 꼬박꼬박 세금을 떼고 있는 월급쟁이들로서는 분통을 터뜨릴 일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와 한국도로공사, 대한주택보증 등 공공기관도 탈세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고 한다. 체납자에 대해서는 개인과 법인에 관계없이 명단 공개와 함께 적극적인 세금집행 노력이 따라야 한다. 거주지와 생활실태를 조사해 보석이나 그림 등 고가의 재산에 대해서도 끝까지 파고들어야 한다. 담뱃값을 올려서 서민들로부터 원성을 듣는 것보다는 훨씬 떳떳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