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시연비 또 바뀐다고?".. 車업계 '부글부글'

김형욱 기자I 2013.05.02 06:00:00

올 1월 새 복합연비 제도 의무도입후 4개월만에 또 변경
자동차업계, 산업통상부 발표기준 맞춰 연비 준비해야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표시연비가 또 바뀐다고요.”(국산차 관계자)

산업통상자원부가 새 자동차 표시연비 제도를 의무 도입한 지 4개월만에 검사 방식을 또 바꾸기로 결정,자동차 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자동차 표시연비를 실연비에 가깝게 하기 위해 산출식을 일부 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개정안은 연비 산출식의 탄소함량 밀도값을 실제 연료와 같게 해 기존 표시연비를 실제 연비에 근접하게 만들기 위한 조치다. 새 산출식을 적용하면 표시연비는 지금보다 2~4% 줄어든다. 산업부는 관련 법령과 고시를 8월말까지 개정 한뒤 이르면 하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할 계획이다.

문제는 이미 지난해 복합연비라는 새 표시연비 제도를 도입했다는 데 있다. 구연비는 일정 조건과 속도에서 주행한 평균연비를, 신연비는 도심·고속도로 등 다양한 실제 상황을 가정해 측정됐다. 올 1월 신연비 의무적용 이후 동일 차량의 표시연비는 평균 10.2% 줄었다.

이번에 추가로 2~4%가 줄어들 경우 표시연비는 2년새 최대 14% 가량 줄어들게 된다.
업체들은 1년도 안돼 다시 전 차종에 대한 연비를 측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안게 됐다. 연비 측정을 위해 들어가는 비용도 만만치 않지만 가장 우려하는 건 일선 영업소에서 고객 응대시 발생하는 혼선이다.

국산 완성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표시연비가 실연비와 가까워 지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고 정부의 방침인 만큼 당연히 따라야 하겠지만, 1년새 두차례나 새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이 없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자체 연비측정 시설이 없는 수입차 업체들은 실무적인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모든 차량을 자동차관리공단에 맡겨 측정값을 받아야 하는 탓이다.

한 수입차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검사가 몰리며 1년이 지나도 연비값을 못 받는 경우가 있었다”며 “신연비 발표가 늦어지면 마치 차량 연비가 안 좋아 발뺌하는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에 판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걱정했다.

그렇다고 정부 정책에 대놓고 불평할 순 없는 상황이다.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할 경우 자칫 ‘우리는 연비를 과장해 왔다’고 인정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서다. 모든 업체가 표면상 “우리에게 유리하다”면서 새 연비제도 도입을 반기는 것도 이 때문이다.

소비자의 혼선도 이어지게 됐다. 지난해 신연비 발표가 순차적으로 이뤄지며 한동안 신·구 연비가 뒤섞여 쓰였고 자연스레 동급 모델의 연비도 직접 비교할 수 없는 상황이 이어졌다.

많은 소비자들은 표시연비가 자주 바뀌고 있는 상황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이미 차를 구매한 소비자들은 ‘속고 사지는 않았는지’고 셈하고 있고, 새로 차를 살 소비자들은 어떤 기준을 믿고 차를 골라야 할지 헷갈려 하고 있다.

오재철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절약협력과 사무관은 “표시연비를 보다 실연비에 가깝게 하자는 좋은 취지인 만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보완·개선할 계획”이라며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 만족도를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새로운 표시연비제 도입을 예고했다. 올 1월 신연비제를 도입한 자동차 업계는 1년도 안돼 새 제도를 준비해야 하게 됐다. 사진은 한 주유소의 계기판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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