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큰폭 하락..유로존 우려에 이익실현

이정훈 기자I 2013.02.05 06:07:54

3대지수 1% 안팎 하락..다우, 다시 1만3천선으로
VIX지수 12% 급등..S&P 모회사, 14% 가까이 급락

[뉴욕= 이데일리 이정훈 특파원] 뉴욕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경제지표가 다소 부진했던 가운데 스페인의 정치 비자금 스캔들로 유로존 우려가 커지자 이익실현 매물이 쏟아졌다.

4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거래일대비 129.71포인트, 0.93% 하락한 1만3880.08로 장을 마감하며 하루만에 다시 1만4000선 아래로 주저 앉았다. 나스닥지수도 47.93포인트, 1.51% 떨어진 3131.17을 기록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역시 전거래일보다 17.46포인트, 1.15% 낮은 1495.71을 기록했다.

지난주 불거진 정치 비자금 의혹과 관련해 라호이 총리가 혐의를 전면 부인했지만, 스페인 당국의 조사와 야당의 사퇴 요구, 국민들의 시위 등이 어우러지며 유로존 위기가 재차 부각될 모양새를 보였다. 국채금리도 덩달아 뛰며 불안을 조장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지수 급등에 따른 부담감과 차익 매물이 쏟아져 나왔고, 지난해 12월 미국의 공장주문이 증가세로 돌아섰지만 시장 기대에 못미쳤다는 점도 부담요인이 됐다.

이로 인해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VIX지수는 하루만에 12%나 치솟았다. 모든 업종들이 하락한 가운데 금융주와 기술주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종목별로는 신용평가기관인 S&P사의 모회사인 맥그로우-힐이 14% 가까이 폭락했다. 미 법무부와 주 검찰 등이 금융위기 당시 모기지 채권 과대평가 혐의로 민사소송을 제기할 것이라는 소식에 악재로 작용했다.

세계 최대 패스트푸드 체인인 맥도날드는 새로운 해피밀 메뉴로 ‘피시 맥바이트’를 출시했다는 소식에도 불구하고 1.41% 하락하고 말았다. 오라클도 통신장비업체인 애크미 패킷을 19억8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3% 가까이 추락했다. 다만 애크미 패킷은 24% 가까이 치솟았다.

반면 새로운 ‘블랙베리10’ 운영체제를 사용하는 스마트폰들을 출시한 뒤 리서치인모션(RIM)이라는 회사명까지 바꾼 ‘블랙베리’는 ‘BBRY’라는 코드로 거래를 시작한 첫날 14% 이상 급등했다.

◇ 유로존 금융시장, 스페인 비자금 스캔들에 ‘휘청’

마리아노 라호이 스페인 총리와 집권 국민당의 정치자금 수수 스캔들이 유로존 위기를 또다시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달 31일 스페인 일간지 엘파이스는 국민당 예산회계장부를 게재하며 라호이와 집권여당인 국민당이 반기 혹은 분기별로 건설사들로부터 자금을 수수했다고 폭로했다. 엘파이스, 엘문도 등에 따르면 라호이 총리는 1997년~2008년 간 건설 회사들로부터 35차례에 걸쳐 32만2231유로(4억7800만원)의 불법 자금을 받았다.

그러나 지난 2일(현지시간) 라호이 총리는 국민당 지도부를 소집해 긴급 회의를 가진 후 이같은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우리가 뇌물을 받아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며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그것은 거짓이라는 두 마디 뿐”이라고 강조했다. 또 자신의 세금 환급 내역과 금융자산 보유 내역을 공개하기로 했다.

그러나 스페인 내 3개 감사기관은 이번주 내로 국민당 발표의 사실 여부를 두고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며, 야당들은 라호이 총리의 즉각 사퇴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처럼 정치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스페인 국채금리가 뛰고 유로화도 하락하고 있다. 이날 스페인의 2년만기 국채금리가 하루만에 20bp(0.20%포인트) 급등한 2.78%에 거래되고 있다. 시장 벤치마크인 10년만기 국채금리 역시 전거래일대비 20bp 뛴 5.39%를 기록하고 있다. 달러화대비 유로화 가치도 1.35달러대까지 내려오고 있다.

◇ 美 공장주문, 증가세 반전..시장기대엔 못미쳐

미국의 지난해 12월 공장주문이 증가세를 회복했지만, 시장 전망치에는 못미치는 부진함을 보였다.

미 상무부는 이날 지난해 12월중 미국 공장 주문이 전월대비 1.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0.3% 감소했던 지난해 11월보다 개선된 것이었지만, 2.3%로 예상했던 시장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밑도는 수준이다.

최소한 3년 이상 사용하는 자동차와 건설장비, 컴퓨터 등 내구재 주문은 4.3%나 늘어난 반면 음식료품과 의류 등 비내구재 주문은 0.3% 감소세를 보였다. 특히 석유류와 담배 등의 주문이 크게 줄었다. 석유류가 0.6%, 담배가 23.1% 감소했다.

크리스 로우 FTN파이낸셜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이 다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해외 수요만 회복된다면 성장세는 더 빨라질 것”이라며 “그나마 지난해 정체를 생각하면 완만한 성장세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 오라클, 통신장비업체 애크미패킷 인수

오라클이 통신장비업체인 애크미 패킷(Acme Packet)을 19억8000만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오라클은 이날 애크미 패킷의 대주주 지분을 전일 종가에 22%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29.25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총 인수대금은 19억8000만달러로, 전액 현금으로 지급된다. 애크미 패킷의 주가는 최근 12개월간 29%나 하락했지만, 가장 최근 석 달간에는 37%나 반등했다. 시가총액은 17억달러 수준이다.

애크미 패킷은 비디오 컨퍼런싱과 마찬가지로 인터넷 네크워크 상에서 음성과 영상, 데이터 등을 전송해주는 통신 네트워크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로, 이 분야 최대업체인 시스코시스템즈와 경쟁하고 있다. 이동통신업체로부터 매출을 주로 올리고 있지만, 최근 북미 수요 부진으로 실적이 위축됐다.

마크 허드 오라클 대표는 “이번 인수는 고객들의 요구에 부합하는 업종내 최고의 통합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한 회사 전략의 핵심적 부분”이라며 “앞으로 쇼핑몰과 헬스케어, 가정부문 등에서 변화하는 환경에 더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인수 딜은 올 상반기중 완료될 예정이다.

◇ 美국무부, ‘서브프라임 평가오류’ S&P사 제소

미국 법무부와 주 검찰들이 모기지 채권에 대한 신용평가를 제대로 못해 지난 2008년 금융위기를 키웠다며 신용 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사를 제소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정통한 소식통들을 인용, 법무부와 일부 주 검찰이 이르면 이번주중으로 S&P사에 대한 이같은 민사상 제소 방침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앞서 미 법무부는 S&P측과 합의를 논의해왔지만, 양측의 이견으로 결렬된데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같은 조치는 지난 금융위기 당시 신용 평가사들의 불법적인 행동에 대해 연방정부 차원에서 취하는 첫 법 집행이다. 법무부의 이런 제소 방침에 일부 주 검찰도 동참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다만 제소와 관련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고, 또한 S&P사 외에 무디스나 피치는 왜 소송 대상에서 제외됐는지 등도 확인되지 않고 있다.

앞서 3대 신용 평가기관들은 지난 2008년 위기 이전에 부실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채권에 대해 장미빛 전망을 제시한 탓에 위기를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S&P사는 신용등급을 평가할 때 잘못된 평가모델을 사용해 모기지 채권들의 등급을 고평가했다는 지적을 받았었다. 이와 관련, 미 법무부와 S&P사 등은 사실 확인을 거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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