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나원식 기자] 위기에 빠진 새누리당을 극적으로 구해냈던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천헌금 의혹으로 코너에 몰리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강력한 쇄신 드라이브를 통해 ‘선거의 여왕’임을 입증한 박 전 위원장이 이번에는 어떤 카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당 지도부와 박 후보 캠프 측에서는 일단 검찰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논란의 확산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현영희 의원과 현기환 전 의원을 제명하고, 박 후보가 사과 표명을 했음에도 파문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는데 따른 조치다.
서병수 사무총장은 9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자들에게 “현영희·현기환 사건에 대해서 사실의 진위 여부를 막론하고 저희는 국민에게 사죄해야 할 지경”이라며 “국민이 사실을 제대로 알 수 있도록 정제된 보도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들은 또 최근 불거진 이종걸 민주통합당 최고위원의 ‘막말 파문’에 불을 지피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공천헌금 의혹’에 쏠린 시선을 분산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당 지도부는 이날 이 최고위원에 대해 파상 공세를 이어가는 동시에 국회 윤리위 제소를 추진하기로 했다. 새누리당 여성의원과 당직자 200여 명은 국회 본청 계단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항의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날 이 최고위원이 자세를 낮춰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 여파가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해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은 “종북 논란을 사골국물처럼 우려내다가 자기 쇄신의 모습을 벗어던지게 된 것처럼, 막말 사건도 너무 우려내지 말자”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은 만약 검찰 수사 결과 이번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에는 박 전 위원장에게 불똥이 튀는 것을 막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홍일표 당 대변인과 이상돈 박 후보 캠프 정치발전위원은 이날 각각 라디오에 출연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박근혜 책임론’을 일축했다.
홍 대변인은 “(이번 사건에 박 후보의) 책임이 있다고 본다”면서도 “책임진다고 해서 후보를 사퇴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라고 말했다. 이 위원의 경우 “(이번 사건은) 분명히 개인비리다”라며 “당이 조직적으로 한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강조했다.
박 전 위원장의 즉각적인 입장표명과 쇄신책 제시도 예상된다. 홍 대변인은 “수사결과가 발표되면 또 다른 책임에 대한 입장표명이 있을 것”이라고 했고, 이 위원은 “대국민 사과뿐만 아니라 그 후 대선캠프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인적구성을 달리하는 것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검찰의 조사가 친박근혜계 핵심 의원들을 겨냥하고 있고, 현영희 의원의 불법 후원금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파장이 커지면서 과거와는 다른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박 전 위원장에 대한 공세 수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박용진 대변인은 이날 “박 전 위원장 캠프에 대선자금 흘러간 것이 없는지, 불법지원은 없는지, 막대한 운영비용이 어떻게 조성되고 있는지 확인하라”며 검찰을 압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