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최저가낙찰제, 최우선은 품질

성문재 기자I 2011.11.24 08:00:0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조달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의 공공기업이 발주할 때 가장 낮은 공사금액을 써낸 건설업체를 시공사로 선정하는 최저가낙찰제 확대방안을 놓고 정부와 업계간의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얼마전에는 국내 굴지의 건설사 100여곳이 최저가 낙찰제 공사를 따내기 위해 원가절감 사유서를 허위로 조작한 사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감사원이 조달청(대전지방국토관리청 집행분)과 한국토지주택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전력공사에서 발주한 최저가낙찰공사 77건을 대상으로 절감사유서 진위를 확인한 결과, 34건(44.7%)에서 서류 위ㆍ변조가 확인됐다.
 
톤당 70만원을 주고 산 철근 가격을 40만원으로 구매했다며 세금계산서를 꾸미거나, 시공실적 확인서를 위조하는 방식 등이 동원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건설사들은 이에 대해 볼멘소리를 하고 있다.
 
원가절감 사유서를 조작한 것으로 적발된 한 업체 관계자는 "무조건 낮은 입찰가를 써내야 낙찰이 되는 최저가 낙찰제의 문제점"이라며 "거의 모든 건설사들이 포함돼있는 민감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건설업계는 "이번 일은 최저가 낙찰제도 자체에 문제점이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줬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대한건설협회도 가격만 놓고 평가하는 최저가 낙찰제는 그 금액 아래로 쓰지 않으면 수주가 사실상 어렵다며 제도 자체가 업체들로 하여금 서류 조작이라는 무리수를 두게 만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자가 만나 본 업계 관계자들은 "문제가 이런데도 정부는 내년부터 현행 300억원에서 100억원 이상 공사로 대상을 확대하려 하고 있다"며 "제도 자체의 손질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건설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가격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건설기업들의 고통을 강요하는 정책이라는 주장이다.
 
따라서 건설산업 발전을 위해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선진국들처럼 가격뿐만 아니라 품질과 기술력 등 비가격적 요소를 고려한 최고가치 낙찰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가격도 중요하지만, 공사기간과 품질계획, 환경·안전대책, 하자 관리 등 좋은 품질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주택경기 침체 장기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건설사들이 처한 현재 상황을 정부가 얼마만큼 감안해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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