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이데일리 지영한특파원] 미국의 지난 8월 기존 주택판매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뜻밖의`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영향으로 뉴욕증시가 약세를 기록하는 등 월가의 투자자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현재 진행중인 글로벌 경제위기가 美 월가의 금융위기에서 비롯됐고, 월가를 위험에 빠뜨린 주범이 다름 아닌 미국의 주택시장이란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를 감안하면 월가의 투자자들이 오늘처럼 주택지표에 민감한 것도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특히 근래 미국 주택판매 개선의 1등 공신으로 꼽히는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이 오는 11월말로 종료된다. 이 때문에 월가의 투자자들은 벌써부터 미 주택시장이 재차 `침체의 늪`으로 빠져들지 않을까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 기존 주택판매 기대치 미흡..FOMC 발표문 하루만에 `김빠져`
미 연준은 하루전인 23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문을 통해 "경제 활동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주택 부문의 활동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의 집값이 전년비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매달 발표되는 주택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연준이 다시 한번 확인해준 것이다.
실제 블룸버그통신이 이코노미스트를 대상으로 실시한 시장의 컨센서스로도 미국의 8월 주택판매는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추정됐었다. 미국 전체 주택판매의 90%를 차지하는 기존주택 판매의 경우에는 5개월 연속 증가하며 연율 535만채가 예상됐다. 신규주택 판매도 전월비 1.6% 증가한 연율 44만채가 전망됐다. 기존 및 신규 주택을 더할 경우 8월 전체 주택판매는 연율로 579만채에 달하며 근 2년만에 최대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기존 주택판매는 기대에서 벗어났다.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과 달리 되레 감소세를 보였다. 하루전만 해도 연준은 FOMC 발표문에서 주택시장 개선을 이례적으로 거론했다. 하지만 이를 반기던 투자자들은 기존 주택판매 지표 때문에 하루만에 김이 빠졌다는 반응이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가 24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기존 주택판매는 전월비 2.7% 감소하며 연율로 510만채를 기록했다. 8월 중간 거래가격은 전년동기 20만3200달러에서 17만7000달러로 12.5% 떨어졌다.
◇ 고용시장이 안정 없이는 주택시장 개선도 어렵다
뉴욕증시는 장초반만 하더라도 오름세를 보였다. 개장전 발표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예상밖의 감소세를 보인 점이 경기회복 기대감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중 기존 주택판매가 기대에 미흡한 것으로 드러나자 주요 지수들은 일제히 약세로 돌아섰다. 지표가 혼란스럽자 최근의 경기회복 신호들이 부양책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는 우려가 고래를 들었다. 아울러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가 이번에는 감소세를 보였지만, 언제든 다시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감도 가세했다.
마크 잔디 무디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취약하다"며 "실업이 증가하는한, 주택시장은 계속해서 하강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콜로라도 덴버시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신디 맥클레런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는 "경제와 고용시장의 변화가 주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고, 특히 실업은 주택가격을 하락시키고 (추가하락 기대심리로 거래를 지연시키기 때문에) 판매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주택구입 세제지원 11월말 종료..주요 이슈로 부상할 전망
올들어 미국의 주택거래가 조금씩 살아난 것도 따지고 보면 정부의 지원책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컨대 주택가격이 큰 폭으로 떨어진 가운데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8000달러의 세금공제는 큰 역할을 했다.
또 모기지 시장의 경색을 완화시키기 위한 연준의 노력도 영향을 미쳤다. 연준은 모기지 시장에 자금이 돌 수 있도록 1조4500억달러 규모인 모기지 관련 채권을 매입하고 있다.
그러나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은 11월말 종료된다. 또 연준은 전날 FOMC 발표문에서 모기지관련 채권 매입 프로그램의 종료시한을 내년 1분기말까지 3개월 연장하되 매입규모를 줄여나간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월가의 투자자들은 지원책이 중단된 이후를 벌써부터 걱정하고 있다. 주택시장이 자생력을 갖고 회복세를 이어가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미 주택시장이 더욱 더 큰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월터 말로니 NAR 수석 연구원은 최근 주택판매 증가의 1등 공신으로 생애 첫 주택구입자에 대해 세제혜택을 꼽았다. 따라서 세제혜택이 중단되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말로니는 "세금공제는 정말로 큰 촉매제였다"고 말했다. 그는 "세금공제에 힘입어 주택시장이 최근 몇달간 증가세를 지속했다"며 "세금공제를 연장할 필요가 하고,이를 모든 주택 구입자로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클레런 중개인 역시 "세금공제 때문에 주택 판매가 증가했는데, 앞으로 이같은 세제지원이 없다면 주택 구입자들은 생각을 바꾸게 될 것이고, 이로 인해 주택가격은 계속해서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기자들에게 "미국 주택시장의 안정화 징후들이 매우 고무적"이라며 "미 행정부는 세금공제 연장 여부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있다"고 언급, 세제지원 연장여부가 향후 큰 이슈로 부상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