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2007)⑦M&A 새로운 `기록 도전`

김경인 기자I 2007.01.01 13:01:01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지난 한 해 국제 금융시장은 크고 작은 인수합병(M&A) 러시에 울고 또 웃었다.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M&A 물결은 세계 산업의 지형도를 바꾸고 각 국 증시를 들썩이게 했으며 `거간꾼`인 월가 투자은행들에게 돈벼락을 내렸다.

특히 세밑에 굵직굵직한 거래가 잇따라 성사돼, 연 M&A 규모가 이전 사상최고치인 2000년 `닷컴붐`의 기록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10대 바이아웃 중 8개가 지난해 성사되는 등 M&A 역사에 길이 남을 한 해로 마감하게 됐다.

그러나 아직은 끝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2007년에 또 한 번의 M&A 광풍이 몰아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번 타자`는 이미 게걸스런 먹성을 증명한 사모펀드, `필드`의 중심은 미국에서 유럽일본 등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2006년, M&A의 해

M&A 전문 조사기관인 딜로직에 따르면, 지난해 성사된 M&A 규모는 총 3조9000억달러로 이전 최고치인 2000년의 기록을 약 16% 가량 웃돌았다. 세계적인 저금리 기조가 야기한 풍부한 유동성이 딜을 활성화시킨 1등 공신으로 꼽히고 있다.

시너지 창출과 규모의 경제를 달성하기 위한 기업간 M&A도 활발했지만, 무엇보다 사모펀드들이 주축이 된 `바이아웃`(Buy-out : 차입을 통해 기업을 인수한 뒤되팔아 차익을 얻는 M&A 기법) 증가세가 눈부셨던 한 해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전체 M&A에서 바이아웃이 차지하는 비중은 5% 미만이었다. 그러나 2002년 이후 10% 안팎에서 등락을 거듭한 뒤 올해는 25%를 육박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표 참조)

베인 캐피탈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KKR)가 미국 병원 체인인 HCA를 330억달러에 인수해 사상 최대 바이아웃으로 기록됐다. KKR은 1988년 RJR 나비스코를 인수하면서 세웠던 기록을 스스로 경신했다.

역사상 10대 바이아웃 중 올해 이뤄진 거래가 무려 8개나 포함됐다. 베인 캐피탈의 클리어 채널 인수와 블랙스톤 컨소시엄의 프리스케일 매입, 아폴로 운용 등의 하라스 엔터테인먼트 인수, GS캐피탈 등의 킨더 모간 인수 등이다.

◇M&A붐은 내년에도 `쭉~`

전문가들은 이 같은 M&A 러시가 올해도 계속돼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증시 호조와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실탄`격인 자금이 두둑한 사모펀드들의 바이아웃이 M&A를 주도할 것이란 분석.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모간스탠리, 도이체방크, JP모간 등이 모두 올해 M&A 규모가 지난해 보다 최소 10% 이상 증가해 또 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JP모간의 M&A 담당자인 댁 스커튼은 견조한 증시 움직임과 채권시장 강세, 상대적으로 완화된 지정학적 갈등 등에 힘입어 M&A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해 BoA의 스테판 셀릭은 "M&A 활동에 영향을 주는 모든 요소들이 이처럼 일제히 강세를 나타내는 것은 처음 본다"며 다양한 업종에서의 M&A붐이 결코 한 해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밥 필렉 또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저금리와 사상 최저 수준의 부도율, 풍부한 유동성으로 2007년 M&A 규모가 또 다시 최고 기록에 도전할 것"이란 분석을 내놨다.
 
◇인수대상도 가지각색..`더 멀리, 더 넓게`
 
M&A의 제물이 되는 기업들의 종류는 점점 더 다양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고의 M&A시장이 금융서비스와 에너지, 통신, 헬스케어 등이었다면, 올해는 IT와 미디어, 엔터테인먼트, 제약, 항공, 철강 등으로 그 영역이 더 넓어질 전망이다.
 
9.11이후 자구 노력에 여념이 없는 항공업계에서의 `짝짓기식 구조조정`은 더 활발해질 전망이다. UAL컨티넨탈, US에어웨이델타에어 등이 합병을 논의중이며 최근엔 호주 콴타스항공맥쿼리은행에 넘어갔고,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투자그룹들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양대 철강사였던 미탈스틸아르셀로가 합병하면서 철강산업의 합종연횡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신일본제철포스코는 제휴를 강화하는 추세이며, 중국의 바오스틸 또한 양사에 손을 내미는 양상이다. 영국 코러스를 두고 인도 타타스틸과 브라질 CSN 등이 벌이는 인수 경쟁도 가열되는 중이다.
 
지역별로는 비(非)미국계 기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지난해 M&A 규모에서 이미 미국을 따돌린 유럽은 물론,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된 일본 기업, 떠오르는 중국 기업들도 먹음직스러운 사냥감.
 
UBS의 M&A 담당 이사 피에로 노빌리는 "M&A의 상당수가 이제 유럽 대륙에서 이뤄지고 있다"며 "경쟁이 심화되고 포화상태에 직면한 분야가 많아 이를 업계를 대상으로 한 M&A가 점점 더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했다.
 
PwC의 시 타오 리서치 파트너는 "중국 기업 관련 M&A가 올해 540억달러 수준에 다다를 전망"이라며 "중국 기업간 M&A도 집중화의 흐름에 맞춰 꾸준히 늘어날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헤지펀드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사상최대의 M&A가 이뤄졌던 원인은 넘쳐나는 유동성 때문이었지만 올해는 미국과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가 불가피한만큼 지난해 같은 대규모 M&A가 넘쳐나긴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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