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수헌기자] 기업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기업경기실사지수(BSI)가 12개월만에 100밑으로 떨어졌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3일, 업종별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11월 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98.6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 수치는 지난해 미국 9·11테러 이후 75.9까지 떨어졌던 수치가 12월 101.3으로 100선을 돌파한 이래 처음으로 100아래로 떨어진 것이다.
특히 올들어 지난 5월(143.0)을 고점으로 8월 100.4까지 급락했던 지수가 9월 118.5로 일시 상승했으나, 다시 하락세를 보이고 있어 기업들의 체감경기는 갈수록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의 경영실적을 나타내는 10월 실적 BSI는 102.7을 기록, 100을 웃돌았으나 이 역시 9월(106.2)에 비해서는 둔화한 것이다.
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이처럼 급락한 것은 국내외 불안심리 확산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경련은 기업들이 미국 경제의 불안과 미국의 이라크 침공 가능성, 북한 핵문제 등 외부충격과 이에 따른 국내경기 동반침체의 잠재적 가능성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경련 관계자는 "실제로 미국의 각종 경제지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향후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국내 경기도 산업생산이 둔화되는 등 실물지표 약세 속에서 주식시장 불안 지속과 가계대출 부실화 우려가 상존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경련은 자산가격 하락으로 소비둔화가 우려되는 가운데 수출용 원자재 수입 감소에 교역조건 악화도 계속되고 있어 연말 수출부진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또 소비심리의 급격한 위축으로 음식료, 섬유, 의류, 유통 등 소비재 관련 산업의 경기전망이 악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산업별 11월 BSI 전망치는 제조업이 95.6, 비제조업이 106.4를 기록해 제조업의 체감경기가 더욱 악화됐다.
경공업(84.6)은 대부분 업종이 100 이하를 기록했고, 중화학공업(100.4) 역시 100을 갓 넘겼으나 지난달 118.4에서 크게 감소했다. 이에 비해 정보통신산업(108.7)은 휴대폰 및 통신기기, LCD 수출 호조와 공공 프로젝트 증가 예상으로 낙관세가 지속됐다.
조사항목별로는 내수 BSI(112.1)는 다른 부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으나 최근의 상승추세에 비해서는 저조한 수준이다. 수출 BSI(제조업 106.4)과 투자 BSI(102.1) 역시 수치상 100 이상을 기록하고 있으나 다른 부문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상황이다.
기업의 자금 BSI는 항목 전망지수 중에는 가운데 가장 높은 수치인 112.7을 기록, 기업들의 투자부진으로 자금수요가 줄어든 가운데 자금흐름은 20개월 연속 100 이상을 기록하는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산성 BSI는 107.7을 기록, 지난달에 비해서는 다소 부진한 모습이나 환율이 상승세로 반전되면서 기업들의 채산성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전경련은 이같은 BSI조사결과에 따라 향후 외부충격 최소화와 균형성장을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전경련은 연말까지는 기업의 경쟁력을 해칠 수 있는 간섭이나 규제를 철저히 자제하고, 대내외여건을 주시하면서 우리 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탄력적 거시경제 운용에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소비침체에 대비해 수출, 투자 등이 향후 성장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 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와함께 "부동산 버블은 직접적 조세정책으로 대응하고, 가계대출 부실화 문제는 금융기관의 주택담보비율 인하, 가계대출에 대한 대손충당금 상향조정, 은행의 가계대출 심사기준 강화 유도 등 감독기능 강화로 연착륙을 유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