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한 발도 못나간 대전·충남 혁신도시[생생확대경]

박진환 기자I 2024.10.21 05:00:00

문재인정부인 2020년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4년째 답보
윤석열정부 출범후에도 행정절차·공공기관이전계획 모르쇠
지정 1년내 이전기관 결정 등 법안 발의… 국회 통과 미지수
충청권 시민들 불만 넘어 대통령·정치권에 불신목소리 높아

[이데일리 박진환 기자] 문재인 정부와 윤석열 정부는 정권의 이념적 성향이나 국정철학은 상반되지만 공통점이 있다. 바로 충청권에 대한 정치·정책적 관심이나 배려는 전혀 없다는 점이다. 이 중 국가균형발전의 핵심 축인 혁신도시와 관련해서는 대전과 충남은 무늬만 혁신도시로 남아 있다.

대전과 충남은 혁신도시 지정 기준인 비수도권 지역이지만 2005년 공공기관 지방이전 계획 수립 당시 세종시 건설 등을 이유로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후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20년 7월 혁신도시 추가 지정을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시행된 데 이어 같은 해 10월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대전과 충남 등 2곳에 대한 혁신도시 지정 안건을 의결했고 국토교통부가 이를 관보에 게재하면서 지정 절차에 마침표를 찍었다.

대전은 역세권 및 연축지구, 충남은 내포신도시에 혁신도시 지정의 후속 조치로 공공기관을 유치, 지역 발전의 동력으로 삼으려 했지만 모든 희망과 계획은 거기까지였다. 어떤 조치나 변화 없이 4년이라는 긴 시간이 지났다. 이 기간 동안 코로나19 펜데믹이 지나갔고 정권은 교체됐으며 지방권력 지형이 뒤바뀌는 등 다양한 정치적 사건과 변화가 있었다.

그러나 지정 4년이 지난 대전·충남 혁신도시는 서류상 지정 이후 변화된 모습이 전혀 없는 빈터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혁신도시로 가기 위해서는 수도권 공공기관 중 이전 대상을 확정한 뒤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수립 및 승인 등 행정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혁신도시 이전이 확정된 수도권 공공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이는 2007년 2월 혁신도시 건설의 제도적 기반이 된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른 혁신도시 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 이후 등장한 제1기 혁신도시의 조성 과정과 비교하면 차이가 확연하다. 2007년 당시 부산과 대구, 광주·전남, 울산,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제주 등 10곳에 대한 혁신도시 지정이 마무리 된 뒤에는 이전 공공기관에 대한 결정도 순차적으로 진행됐다.

부산 혁신도시의 사례를 보면 2007년 4월 3개 혁신지구(동삼·문현·센텀) 및 공동 주거지(대연)에 대한 지구 지정이 완료됐고 같은 해 동삼·센텀지구 개발계획과 실시계획 승인이 끝났다. 이듬해인 2008년 4월에는 혁신도시 착공식 이후 문현·대연지구 개발계획 및 실시계획 승인이 마무리됐으며 대연지구 착공(2009년 12월) 등으로 이어졌다. 광주·전남 혁신도시는 지정된 해에 개발계획 승인 등 행정 절차가 끝나고 바로 착공에 들어가 조성사업이 본격화됐다.

1기 혁신도시들이 지정 1~2년 안에 주요 행정절차가 대부분 마무리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에 이어 윤석열 정부도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이나 규모 등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 않으면서 대전·충남 혁신도시에 대한 전망은 비관적이다. 최근에는 지정일로부터 1년 안에 이전 대상 기관을 결정해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까지 발의됐지만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는 없다.

대전과 충남 등에 거주하는 시민들은 물론 강원과 제주, 영남권에서도 수도권 공공기관의 조속한 이전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리는 등 지지부진한 혁신도시 사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계속된 불만은 불신으로 이어지고 이는 주권자인 국민과 정부·정치권을 잇는 신뢰의 다리를 끊게 된다. 대통령실과 정부, 정치권은 그간 약속했던 최소한의 사안들을 이행할 때이다.

2020년 3월 6일 국회에서 혁신도시 추가 지정을 위한 국가균형발전특별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충청권 광역단체장과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국회에서 관련 브리핑을 가진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대전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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