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2023년 2년간 2.7조 쏟다가 올해는 대폭 축소
지난해 영업익 1조 밑돈 LG이노텍…수익성 제고 차원
과잉 투자 막고 전장·기판 新성장동력 육성 재원 마련
[이데일리 김응열 기자]
LG이노텍(011070)이 카메라 모듈 투자의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최근 2년간 매해 1조원이 넘는 돈을 쏟았지만 올해는 4000억원을 밑도는 수준으로 투자액을 대폭 줄였다. 글로벌 불황기에 수익성을 방어하는 한편 전장부품과 인공지능(AI) 반도체용 기판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LG이노텍 본사. (사진=LG이노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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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업계에 따르면 LG이노텍은 올해 광학솔루션사업부의 신규 시설투자에 383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LG이노텍이 밝힌 투자 목적은 광학솔루션 사업 신모델 대응과 경쟁력 강화다. 광학솔루션사업부의 대표적인 제품은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카메라 모듈이다. 아이폰을 생산하는 애플이 LG이노텍의 주요 고객사다. 모바일용 카메라 모듈이 LG이노텍의 주요 사업이기도 한 만큼 회사는 해마다 관련 투자를 지속하며 경쟁력을 높여왔다.
실제 광학솔루션사업부의 투자액은 해마다 증가해왔다. 2020년 4798억원에서 이듬해 8355억원으로 늘었고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는 각각 1조516억원, 1조6563억원을 투입하며 조(兆) 단위의 공격적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올해 투자는 지난해 대비 76.8% 줄어든다.
LG이노텍이 최근 2년간 시설투자에 집중한 만큼 올해는 과잉투자를 방지하고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LG이노텍의 연간 영업이익은 8308억원으로 전년 1조2718억원 대비 34.6% 하락했다. 전년 대비 매출 상승률도 2021년 56.6%, 2022년 31%에서 지난해에는 5.1%로 큰 폭으로 낮아졌다. 불황에 빠진 글로벌 경기도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어 예년처럼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할 상황이 아닌 셈이다.
| LG이노텍의 무선 배터리 관리 시스템(왼쪽)과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사진=LG이노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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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학솔루션사업부의 투자액 감소는 LG이노텍의 미래 먹거리 육성에 사용할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LG이노텍은 전장사업 육성에 힘을 싣고 있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비롯해 레이더·라이다, 통신모듈 등을 생산하는 중이다. LG이노텍은 전장사업 강화 목적으로 멕시코에 위치한 전장부품 공장도 증설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부터는 증설 물량을 양산할 전망이다. 현지 공장 증설에 적잖은 금액이 필요할 것이란 관측이다.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 등 차세대 기판도 LG이노텍이 기대를 거는 신성장동력이다. FC-BGA는 칩과 메인기판을 연결하는 고밀도 회로 기판이다. 고성능컴퓨팅(HPC) 등 고사양 반도체에 주로 쓰이며 AI와 빅데이터 확대에 따라 수요가 증가하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간 LG이노텍이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조 단위 투자를 단행했지만 지금은 기업들이 효율화에 나설 때”라며 “카메라 모듈 외에 미래 먹거리를 위한 투자도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